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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직업 좀 소개부탁드립니다?

유망직업의 현주소

유망직업, 그게 도대체 뭘까요?   


2주쯤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방송국에서 혹시 ‘유망직업’ 관련 촬영을 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일단 드는 선입견 하나, ‘방송국이면 혹시 방송이 원하는 대로 앵무새처럼 전달할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얘기를 해봤더니 역시나 유망직업이 거의 정해져서(?) 내게 왔다.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데...조금 이상하긴 했다. 그럴 거면 왜 나를 불렀을까? 순서상 인터뷰할 사람이 먼저 방향을 정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하다 여겨 조금 까다롭게 보이는 딴지를 걸고 말았다.


현업에서 실제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대답이 나올 것 같은데 의외로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 바로 ‘유망직업’에 관한 것이다.

유망직업이 도대체 무어냐는 질문에 답이 어려운 이유는 한 가지 중요한 관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유망직업은 적어도 내가 보는 한 ‘시장의 필요’와 함께 그 일을 할 ‘개인이 가진 자원’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언급되는 유망직업은 ‘개인’의 관점을 무시한다. 그냥 누구에게나 통용될 것 같은 시대적 필요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매번 그것을 얘기하면서도 허전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마술 같은 선명함을 원할 때가 많다. 컨설턴트가 정보만 주면, 바로 취업이 보장되는 경우, 혹은 그 일만 배우면 바로 취업이 되는 경우, 혹은 전문가의 말만 따르면 자신의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경우....대개 시원하게 들리는 대부분의 말은 일부의 진실로 감춰진 포장인 경우가 많다. 세상에 그런 게 몇이나 있을까. 모든 문제는 개별 사안에 따라 진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워렌 버핏의 투자방식을 따른다고 모두가 워렌 버핏이 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 개인이 가진 자원이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역량과 열정이 함께 하는 곳이다. 

그것이 시대적 필요와 맞물릴 때 그 사람의 유망직업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유망직업은 철저히 개인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유망직업’이란 표현보다는 ‘일자리가 늘어날 분야’라는 표현을 훨씬 선호한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일본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직업’ 등을 언급하며 고용노동부로 하여금 국내에서 불법인 직업을 양성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500개의 신직업을 2017년까지 만들겠다고 했었다. 그때 이후 나온 것이 약 61개의 신직업이었는데 흔히 알려진 전직지원전문가, 협동조합 코디네이터, 소셜미디어 전문가, 지속가능경영전문가, 온실가스 관리 컨설턴트, 생활코치, 노년플래너, 민간조사원(사립탐정), 동물간호사, 타투이스트, 매매주택연출가 등이었다.

일견 화려해 보이는 이 목록을 보고 꽤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망有望’이란 앞으로 잘 될 듯한 가능성이란 말인데...일단 이 직업들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지 자신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때 얘기되었던 유망직업들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언급되는 것들이 있지만 직업으로서의 정체성은 ‘글쎄요...’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수요가 뒷받침 되지도 않을뿐더러, 접근 자체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리고 예컨대 전직지원전문가의 경우처럼 기존의 자격증들과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결론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여전히 모호한 정체성 속에 ‘유망직업’이란 유령직업으로 떠도는 것들이 많다. 물론 전혀 의미가 없었던 시도는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느끼는 ‘유망’은 ‘어느 정도 수요가 뒷받침되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직업을 기대했는데 태반은 보통 사람과 관계없는 ‘화려한 선택의 나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유망직업이 우리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시대적 필요에만 집착한 결과이다.  

TVN 커버스토리 '퇴직 후 생존법' 중에서

    

방송은 어떻게 됐느냐고? 유망직업에 대해 약간씩 딴지를 걸었던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기획 방향이 마지막에 꽤 바뀌어서인지 모르지만 내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분량은 잘려나갔다. 아쉽게도...^^;;

그래도 마음이 편했다면 일종의 정신승리인 걸까? 적어도 마음에 없는 말은 거의 하지 않은 셈이니까.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 방송도 마음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시도였으니까.

하~ 그나저나 언제쯤 이 Minority한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좀 시원하게 확~ 질러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그게 징글맞게 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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