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유튜버의 고민
6개월쯤 운영하던 유튜브를 6개월 이상 중단하고 있다. 이 멈춤이 잠시일지 지속적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어떤 대안을 찾기까지는 한동안의 활동 공백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튜브 시장은 그야말로 요즘 가장 HOT한 시장 중의 하나다. 그 속에서 여전히 진입을 고민하고 있을 중장년들은 꽤 많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내가 유튜브를 준비하며, 그리고 진행하며 겪은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 하여 글을 남겨본다.
첫 번째, 가장 큰 고민은, 이 시장의 속성이 ‘너무나 자극적인 시장’이라는
사실이었다.
어지간한 콘텐츠로는 시선을 잡기도 힘들고, 제목 하나에도, 스토리에도, 혹은 영상 중의 대사에서도 ‘억지 관심’을 유도해야 하는 피곤함이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당장 돈을 번다기보다는 어떤 것인지 알아야 최소한의 설명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들여가면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인 방향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내 모습이었다. 그건 내가 잘하지도, 잘하고 싶지도 않은 영역이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경기장의 선수가 ‘좀 더 센 걸로~’를 외치는 관객들에게 둘러 쌓인 느낌이랄까...어쩌면 이런 것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내 속성이 유튜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투입 대비 효과의 측면이다.
일단 상업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긴 것(광고로 수익을 내려면 아시다시피 구독자 천명, 누적구독시간 4천 시간이 필요하다)은 둘째로 치고, 이른바 ‘대박영상’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반응’까지 너무 긴 과정이 요구된다. ‘인내심을 갖고 더 좋은 영상을 꾸준히 올려야 함’을 알고는 있으나 나는 내 일이 있는 사람이고 실은 그것만으로도 벅찬 부분이 있는지라 시간적 압박에도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올린 영상은 스스로가 봐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반응은 더 형편없었다. 그에 비해 내가 쓴 글들은 영상 대비 100배, 1000배의 반응을 보일 때가 있어 ‘이게 투입 대비 효과를 감안 할 때 옳은 전략인가?’라는 고민이 수시로 들곤 했다.
사실 하루 10시간 이상을 들인다는 유튜버들도 꽤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 10시간을 자신에게 잘 맞는 내 일에 투자하면
나는 어떤 성과를 내게 될까?
마지막은 영상과의 궁합이다.
내게는 이것이 자기 노출의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 얼굴이 수시로 인터넷에 떠다니는 것이 편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고 해도 대놓고 하는 노출이 내겐 시작 전부터 지속적인 부담이었다. 상대적으로 글이 편했던 이유도 얼굴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영상에 어울리는 체질이 있다. 조금 더 재미있게 다양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거나, 이런 부분을 기술로 커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상이 아주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궁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다른 문법으로 세상을 배운 탓이리라.
이럴 때 늘 고민은 따른다. 혹 이것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려는 노력이나 인내심 부족은 아닐까?’라는 불안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빠른 판단인 걸까? 알 수 없다.
나의 경우는 ‘같은 투자라면 성과가 더 잘 나오는 영역에 쏟아부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들도 부담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따라갈 수 있었다. 배우는 재미도 쏠쏠했으니 불만은 없다. 다만, 위의 3가지는 일종의 딜레마와 같은 것들이라 나로서는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서는 ‘지속가능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공부를 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완전히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나 명확한 대안이 나오기 전에는 서두를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나는 유튜브에 있어 당연한 부담들을 짊어지지 않으려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어떠랴. 그만큼은 쉬어갈 시간이라는 얘기인 것이니 그 변명도 내가 짊어질 몫이다.
어떤 멋진 중장년이 내 이 변명을 보기 좋게 깨고, 멋있게 비상하는 유튜브 모델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