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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사순 Jan 27. 2022

눈을 감겨주다

추운 날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친구들을 추모하며

속이 몹시 좋지 않은 날이었다.

조퇴를 하고 20 남짓한 집을 향해 차를 몰고 가고 있던 ,  차도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골에 2차선 도로라 해도 쌩쌩 달리는 차들... 짧은 고민의 순간에 어느새 손발은 차를 세우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우리 애들 태울  쓰는 배변패드를 찾아들고 빨리 움직일  차들은 개를 피해 가기도 하고 그냥 가기도 했다. 발은 빨리 움직이고, 눈은 몸부림치는 개를 보고 있었다. '에휴, 어떻게  ㅜㅜ' 동동거리는 와중에 신호가 바뀌고 손을 들어 차를 막았다.  안에 있는 운전자들,  건너 보고만 있던 아저씨들의 시선도 나에게 집중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아이를 싸서 인도  누런 잔디가 있는곳으로 뉘었다. 숨을 못쉬는지 아프다는 비명소리도 못내고 괴로워했다.  병원을 데려가야하나 하면서 있는데, 차를빼라는 경적소리가 들렸다.  알아서 가면 어디 덧나냐...



차를  주고 오니 숨을  쉰다. 맘이 급해졌는데 머릿속이 멍하다.. 상처하나   방울 안나는  , 살릴수 있을  같은데.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25년을 배우고 연습하고  건데, 일단 누구든 살리고 보자.  모든 동작이 멈춘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응급처 치자는   있는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한다. 사망은 판단하지 않는다. '라고 되뇌며.




길건너 보고만 있던 아저씨가 와서 뭐하냔다.

죽은 애를 왜 만지냔다.

" 살아있었어요!! 살려보려고요."

추운 날에 정신 나간 여자처럼 움직임이 멈춘 개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걸 아저씨는 무슨 행동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죽은 애를 왜 만지냐고 죽었다 죽었다 라는 말을 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한동안 멍멍아, 정신 차려봐!! 하면서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다.

상처하나   방울  났는데, 조금 전까지  쉬려고 애썼는데 눈에 초점이 없이 숨을  쉬고 식어갔다.




어제 내가 출근한 사이에  싸움박질을 해서 물고 뜯고 피범벅이  제일 작은 아이,  시골구석으로 이사 오기 전에 죽었던 강아지를 묻어준 기억,  내가 잠꼬대를   목에 지턱을 얹어 안정시켜주던 우리 뚱이.. 여러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지저분한 흰털에 머리는 검은색 얼룩, 멍한 눈동자. 마른 .. 아줌마가 미안해.  빨리 데려와서 병원으로 갔어야 했나 보다. 다음 생에는 혼자 찻길 건너지 말고, 넓은 앞마당에서 뛰어놀고 엄마 아빠랑 같이 목줄 하고 산책해. 그렇게 사랑받고 보호받는 아이로 태어나라. 추운데  묻어줘서 미안해.




45살이나 먹은 여자가 길거리에서 멍하게 죽은 강아지를 보면서 눈을 감겨주고, 쓰다듬고 있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군청으로 연락했다.

업체를 불러서 치우겠다고 했다.

씁쓸하게도, 쓰레기처럼 취급될 아이가 걱정됐다.

막연하게 인간이라 미안했고, 잘 보내주지 못해 미안했다.

내가 한 것이라곤  항상 보던 몸뚱이가 흩어진 아이들처럼 되지 않게 한쪽으로 데려다 뉘인 것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한없이 미안했고 눈물이 났다.

혼자 길건   없이, 차에 치여도 그냥 가버리는 사람 없이, 모든 동물들이 아프지 않고, 험하게 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낯선 멍멍이 냄새가 나서 킁킁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멍하게 장갑을 벗고 손을 씻었다.


엄마 무슨 일이냐고, 왜 그렇게 멍하게 있냐고.

아이들이 눈으로 이야기한다.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을 보고 있지만,

감겨줘도 감아지지 않던 그 아이의 눈동자가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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