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계절
봄 냄새가 난다.
이사의 계절이기도 하고.
내 집이 있다가 없은지 3년째.
참
설웁다.
다시 일어서고 있다고,
난 정말 잘하고 있다고 항상 되뇌어도
결론은 집 없는 세입자네.
나도 내 돈으로 산 내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없지?
개 냄새가 나고
물어뜯은 벽지 장판을 변상해야 해도
나는 털복숭이 녀석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적합하지 않은 집이다.
40대가 끝날 때엔 아마도 다시 내 돈 내 집에 살고 있겠지.
열심히 부지런히 그렇게 내 집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오늘은 너무 힘들다.
하자가 많은 30년이 넘은 아파트 아래층에 물이 샌다며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틀 동안 힘들게 주방을 치우고
털복숭이들과 회사 운동장으로 내쫓기듯 나왔다.
한 시간을 걷고 뛰고
털복숭이들은 신이 나는 동안
휴먼 엄마는 고민과 번뇌에 휩싸인다.
"얌냠 먹자~~~~!!!!!"
죽은 두더지 녀석을 둘러싸고 킁킁대서
얼른 불러들였다.
두더지 녀석은 왜 죽었는지
깊게 묻어줄 겨를도 없어서 그냥 수목장으로..
운동장을 털복숭이들과 걷다가 여사님을 만났다.
회사 미화해주시는 여사님,
콧노래 하시면서 청소해주시는 고마운 여사님께
가끔 공손하게 간식을 전달해 드리면 무척 기뻐하신다.
여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바로 전화 한 통을 연결해주신다.
" 개 키우는 사람은 안돼요.
집이 망가져서 저번 세입자도 애먹였어요."
애써 밝은 척~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한입 더 씁쓸해진 맘으로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꿀떡꿀떡..
털복숭이들은 죄가 없다.
맥시멀 라이프인 내 짐들도 역시 죄가 없어.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어떤 사람의 말이
충격적이었는데...
진짜 맞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의 집 세 살이+반려 털북숭이 키우기는
엄청난 욕을 먹을 짓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2년만 어떻게든 버텨보자.
개인회생도 끝나고 신용도 회복될 동안.
그래도 집주인 아줌마 따뜻한 말 한마디
감사했어요.
아가씨도 강아지들도 오늘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