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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Aug 11. 2023

오감

on and off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은
나에게 눈을 감으라 하지 않았다.

그저 나도 모르게 감기고 있었을 뿐.

 



 살랑이는 바람의 손길이 눈을 가볍게 덮어줄 때가 있다. “그동안 온갖 세상의 것들과 마주하느라 수고했어.”라는 위로와 함께.


 ‘오감’ 중 하나의 ‘감’을 차단하면서까지 어떤 찰나의 순간을 온전하게 만끽하고 싶을 때가 있다. 취향에 딱 맞는 노래에 몸을 맡길 때, 맛있는 음식을 깊이 음미하고 싶을 때, 미간의 주름을 시작으로 눈을 감아버리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시각의 문을 과감하게 닫고 청각과 미각의 문을 활짝 여는 것.


가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의 순간에는 내가 차단하지 않아도 오감 시스템은 시각의 문을 알아서 닫아주는 ‘자동 off’ 기능도 해주니 신비로울뿐이다.


 오감의 문을 모두 활짝 열고,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오롯이 마주하는 고급 기술은 아직 미숙하다.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하나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은, 마치 한 사람에게 마음을 쏟는 ’ 해바라기 연애‘와 같은 것일까.


“전원 off로 소중한 에너지 아끼듯, 

오감의 스위치도 가끔 off가 필요할지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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