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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Sep 06. 2023

라면


”내가 너라면 그렇게 안 했어. “


라면보다 더 해로운 ‘~라면’ 가정법이다.

나는 절대 네가 될 수 없고, 너의 모든 상황과 배경을 오롯이 알 수 없고, 너의 정서적 체력적 건강 상태를 알 수 없다. 고로 이 가정은 참 어리석고 무책임하다.


자신의 기준에 맞춘 ‘내가 너라면’ 가정법은 상대와 교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치 너를 잘 안다는 교만과 함께 점점 더 객관적이지 못한 판단과 자기 확신만 불어난다. 시간 지나 탱탱 불어버린 라면처럼.


하지만 썩 괜찮은 가정법도 있다. 바로 ‘내가 너라면 어땠을까?’의 가정법이다. 너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는 이 ‘고민’ 담긴 가정법은 상대에게 생각보다 진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꽤나 ‘역지사지’라는 말을 자주 인용해서 상대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역지사지는 대부분 일방으로 흐른다. “네가 역지사지로 생각을 해봐.”라는 말은 지겹도록 뱉고 또 들었을 테지만 “내가 역지사지로 한번 생각해 볼게.”라는 말은 실로 뱉기 버겁다. 자신조차 상대방의 입장에 서본 경험이 없는데 어찌 상대의 접근을 바라는가. 이기중에도 극강의 이기적 태도다.


앞으로 ‘라면 가정법’은 조절을 잘해서 쓰자.

라면의 맛도
정확한 물과 불조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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