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작희작 Oct 28. 2023

마주하고 있지만 도리어 마주하지 않는 것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등.

상대의 등이 내 등에 닿을 때 신체적으로는 따뜻하나 마음은 가끔 냉하다. 등을 돌리고자 하는 그 마음, 그 토라지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조차 속을 알 수 없는 나를 상대는 어찌 알 수 있을까. 복잡한 미로 속에서 방황하며 상대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줄 수 없음에도 당장에 구조를 바라는 이 여리고도 어린 마음. 무엇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고 불안한지 내면을 파악하지 않고서야 나도 그도 길 잃은 자신을 구할 수 없다.


요리를 해주는 것을 사랑이라 말하는 자,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사랑이라 말하는 자, 빨래 후 옷을 널어주는 것을 사랑이라 말하는 자, 옷을 개어 정리하는 것을 사랑이라 말하는 자. 우리가 느끼고 표현하는 사랑의 색은 다양하다. 내가 원하는 빨간색을 그가 표현하지 않는다 하여 그가 표현하는 사랑의 색깔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그의 특별한 색깔에 매료될 수 있음이 사랑의 마법이니까.


둘이 아닌 홀로 등을 돌렸으리라. 그는 늘 나를 향해 등대처럼 오롯이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예쁜 색깔로 사랑을 비추고 있었음을,


가벼이 등 돌려
그 빛을 볼 수 있길.


  



작가의 이전글 억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