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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Nov 15. 2023

나이



누군가가 엄청난 돈을 준다고 해도 절대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이것은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지만 이상하게도 먹으면 참 씁쓸하다. 이것은 나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씁쓸함 뒤에 설명 불가한 묘한 맛도 난다. 사실 나이 자체는 無맛이지만 덕분에 삶이 어떤 맛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데 그 맛의 가치가 있다. 쓰디쓴 인생의 맛을 피하지 않고 과감히 맛볼 수 있는 용기가 나이 덕에 생긴 것이다.


같은 일을 겪고 또 겪으며 이만하면 알 것 같은 그 맛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경험이라도 지금은 또 다른 맛을 느끼는 것이 나이라는 양념 덕인 것일까. 그 때는 참 짭조름했던, 다소 취향과 멀었던 그 맛이 지금은 생각보다 기분 좋은 달콤함으로 느껴지는 것은 누적되는 시간과 경험 위에서의 삶에 대한 입맛의 변화 때문이겠다.


세포의 죽음, 장기들의 노화, 머리카락의 백화, 얼굴의 처짐과 주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은 이 영역에서 과연 누구에게 먹힐 것인가. 죽음은 두렵지 않아도 늙어감은 두렵다. 허나 어쩌겠는가? 노화를 부추기는 시간과 중력은 누구에게도 공평하다. 단지 지구인이 모두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에 자신을 향한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수밖에. 그래도 세포는 늘 재탄생하며, 장기는 투정 없이 매일 열일해주고, 생각보다 예쁘게 잡힌 주름도 있다는 사실 또한 위로라면 위로겠지.


어떻게든 나이라는 녀석을 아름답게 포장하려 했지만 역시나 포장지를 가볍게 뚫어 그새를 못 참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이를 억지로 가리려 함은 포장지의 낭비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나이는 웃으며 먹으련다. 가뜩이나 중력으로 처지는 얼굴과 주름도 걱정인데 이 무심한 중력에 작게나마 대항하는 미소 한껏 위로 올려지어보겠다.


나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과
여유있는 미소지음이
안티 에이징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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