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어서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by 가하

지금은 수요일 밤 자정을 넘긴 새벽 00시 24분. (00시 말고 좋은 표현은 없을까?) 아직 새벽 1시라고 부르기엔 36분 모자란, 지칭할 말이 없어 난감한 이 시간에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매주 목요일 밤 9시로 약속되어 있는 브런치 발행일이기 때문이다. 새벽 더위에 나른하게 잠은 밀려오고, 배도 출출하고, 글은 오후 레슨이 끝난 이후에 써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슬그머니 내밀지만, 마감 시간 전에 우는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정신을 차려본다. 더위를 식혀줄 차가운 콜라와 최근 발견한 최애 간식 하바티 치즈 스낵을 까먹으며, 하고 싶은 말들을 골라본다.


사실 글의 시작을 이렇게 편하게 하는 이유는 그동안 너무 딱딱한 글들만 써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조금은 센치하게, 새벽 감성 몽글몽글한 그런 글을 써보고 싶은데, 평소에 워낙 경직되어있는 사람이다 보니 쉽지는 않다. 그런데 사실 이건 핑계이다. 글이 편하게 나오는 이유는 쓸거리를 만들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설계된 글의 조직도가 없으니, 뭐라도 쓰긴 써야겠고, 얼음 띄운 콜라로도 잠이 깨지 않아 그냥 주절주절 대는 거다. 다이어트 콜라라 그런가, 뇌혈관에 당분이 주입되지 않았나 보다. 귀신같은 내 창자.


하지만 그래도, 계획이 없는 거지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어서'이다. 요즘 내 모든 행동의 이유를 저 한 문장이 다 설명해준다. 내가 퇴사를 결심한 것도, 휴직을 한 것도 다 저것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돈이 된다는 부업들을 죄다 기웃거리고 있는 것도 다 저것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거, 티스토리 블로거, 크몽 전자책, 숨고 레슨, 티스프링, 마플샵 굿즈제작, 이모티콘 제작, 제페토 크리에이터... 그리고 뮤직 카우와 미국 주식까지! 이런 부업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여전히 글 쓸 시간이 많지는 않다.

소설가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휴직을 한 마당에, 열심히 글이나 쓸 것이지 왜 이러고 있냐고? 그것도 바로 저것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어서." (정답 맞히신 분?)


사실 휴직을 신청하던 때의 마음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꿈을 위해 직진해 본 적이 없고,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으므로, 잠깐 멈춰 서서 한이라도 남지 않게 꿈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월급 노예를 탈출하고 새롭게 본 바깥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루의 일과와 계획들이 다 나의 뜻에 따라 정렬된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이미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터라 저~얼대,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졌다. 또한 학교라는 직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직장이 나에겐 다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혼자 있는 조용한 작업 공간에 있어야만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서메리 작가님의 책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회사 생활 4년 끝에 마음이 문드러지고 몸이 아파 왔나 보다. 적막한 내 방 책상에 앉아 키보드만 타다다닥 두드리는 와중에도 시끄럽고 정신없는 교무실 풍경이 떠오르면 한 순간에 아찔함과 끔찍한 기분이 몰려왔다. 그럴 때면 내가 그동안 참 많이도 참아 왔구나 하는 서러움에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사람의 의지력엔 한계가 있어서 마음 그릇이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게 되면,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어진다는데, 내가 딱 그 상태였나 보다.


잠깐 쉬어가는 시간들 속에서, 나는 자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퇴사를 하고 싶어 졌다. 2학기에 대학원 등록을 해봤자 나는 어차피 학위에는 관심이 없으니, 등록금만 날리고 시간버리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든 당장 생계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은 팔자 좋은 소리지만, 퇴사는 당장 생계와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나는 이윽고, 소설가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직장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부차적인 꿈을 품게 되었다.


물론 예전 같으면 직장을 안 다니고 돈을 버는 것은 건물주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온라인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루트가 무궁무진하다. 이토록 놀라운 부업의 세계라니! 인형 눈이나 붙이고 봉투나 접던 시대의 부업이 아니다. 집에서 하는 부업만으로 월 천만 원 수익을 내는 분들은 부지기수고, 더군다나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의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은 마플샵에서 굿즈를 제작하거나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만들 수 있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할 수도 있다.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은 웹상에 사진을 등록하여 수입을 낼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은 글쓰기 레슨이나 문서 교열 작업도 할 수 있고, 악기 연주나 요리, 캘리그래피, 목공 등을 잘하시는 분들은 취미 클래스 사이트에 강사 등록을 하여 원데이 레슨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말할 것도 없다. 인터넷 플랫폼 안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직거래를 하는 구조이다 보니까 이런 일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부업을 기웃거려 보다가 '블로거'와 ‘문서 첨삭, 글쓰기 레슨’이라는 부업의 영역을 정했다. 블로그는 어차피 나의 관심 분야에 대해 혼자서 글을 쓰는 것이고, 문서 첨삭과 글쓰기 레슨은 국어지식이라는 나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렇다 할 큰 수입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이런 식의 삶의 방식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부업을 하면 소설 습작의 시간은 또 부족해질 것이다. 어차피 돈을 벌면서 글을 쓸 거라면 학교 다니면서 글을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이번에는 이런 생각이 고개를 쳐들고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이내 뿅망치로 뾱! 하고 그 의심의 두더지를 내리쳐버렸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어!)


회사에 다니는 것과 부업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100%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나는 부업을 할 때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다. 소설 창작 수업을 준비하며 소설 작법에 대해서 더 공부하게 되었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관심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첨삭해주는 과정이 재밌고, 내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의 말을 들으면 보람이 느껴졌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푼)돈을 벌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수업 준비를 위해 작법서 여러 권을 빌려 읽다 보니, 내가 왜 한 번도 제대로 소설 작법을 공부해 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맨날 밥 벌어먹고 사는 것에만 짓눌려 좋아하는 것에 뜨겁게 뛰어들어 본 적이 없었을까? 36살이 아니라 26살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꿈으로 직진하지 못했던 이유는 어쩌면 그 꿈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일까? 내 꿈에 실패하면 너무나 처참할 테니...

하지만 그런 후회의 감정들도 금세 털어내었다.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 사치다. 큰 것을 버렸으니, 꼭 해내겠다는 마음 아니면 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여튼, 결국 나는 소설가로 밥 벌어먹고 싶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어쨌든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시도 중이다. 어느 정도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놓으면, 일거리를 서서히 줄여가며 습작의 비중을 높일 수 있겠지. (그 와중에 너무나도 다행인 것은, 책을 읽고 글 쓰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들지 않는 꿈을 꿈으로 가진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놀라운 부업의 세계에서 발버둥 치며, 요즘 나는 또 한 가지 나의 목소리를 찾은 것이다. 나는 '그냥, 먹고사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좋아하는 일만 하며 겨우 사는 삶'에도 관심이 없다. 나는 꼭 좋아하는 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원하는 게 있으면 뜨겁게 원하면 된다. 텅 빈 놀이터의 그네는 혼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로 치솟고 싶은 발 구름이 필요하다.


어느덧 오늘 수업이 끝나고, 나는 집 근처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매미 울음소리로 사방이 포위되었다. 고막이 터질듯한 강렬한 소리. 직선적인 아우성이다. 흔들림이나 주저함은 없다. 오로지 삶만을 내놓으라고 몸이 부서져라 외쳐댄다. 나는 저 작은 곤충들보다도 어리석었구나. 매미처럼 강렬하게 살고 싶다. 삶의 의미 속으로 거침없이 돌진하고 싶다. 여름 한 철의 강렬함으로 끝날 지라도, 여름의 녹음처럼 무성한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 생에 대한 강렬한 충동이 들끓는다.



**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왕 부업 이야기를 했으니 잠시 홍보 좀 하겠습니다!

'숨고'라는 어플에서 '가하'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글쓰기 레슨을 진행 중입니다.

글쓰기 실력 향상을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https://www.soomgo.com/ip/products/61f0b7990a1295b281ab0767


이전 16화꿈을 꾸기에 적당한 나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