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마왕에게 길을 묻다 2 :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by 가하

1991년 발표한 <나에게 쓰는 편지>로부터 8년이 지난 1999년 4월, 마왕 신해철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라는 곡을 발표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짧고 강렬하다.


my ask gonna be on this record (내 질문은 이 음반에 기록될 것이다.)

사는 대로 사네 가는 대로 사네
그냥 되는대로 사네

my ask is gonna be doing not see us talking (내 질문은 우리의 입을 막아버리게 될 것이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머'는 '뭐'의 구어로서 표준어입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네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https://blog.naver.com/cradmaser/221782902603


이 노랫말 속 화자의 어조는 약간 까칠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전적인 목소리로 선언한다. 'my ask gonna be on this record.' 이 노래는 하나의 질문으로서 영원히 나의 음반에 기록될 것이라고.

그리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사는 대로 살고 가는 대로 살며, 그냥 되는대로 살고 있다’고, 막말로 표현하자면 ‘생각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호언장담한다. 'my ask is gonna be doing not see us talking.' 내 질문은 우리의 입을 막아버리게 될 것이라고. (영작문이 틀린 건지 번역기는 나에게 이상한 해석을 내놓았는데, 나는 자의적으로 이렇게 해석했다.) 내가 던진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며, 나의 질문은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의 말문을 막아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위대한 질문을 내놓는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당신이 원하는 것, 당신이 원하는 삶, 그중에서도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반복해서 물어본다. 그리고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독설을 날린다. ‘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모르냐'고, 이건 너의 인생이고 남의 인생이 아닌데, 그 나이가 되도록 어떤 삶을 원하는지 모르는 게 정상이냐고. 8년 전 발표한 노래 <나에게 쓰는 편지>의 가사와 연결 지으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1편 참고) 좋은 직장과 비싼 차 같은 외적인 조건들이, 네가 진짜 원했던 것들이었는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ask)한다.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네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하지 못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인생을 다 걸어보고 싶을 정도로 뛰어들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보라고,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우리에게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그는 32살이었다. 친구들은 어느덧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 대리나 과장급 이상으로 승진했을 테지만, 가끔씩 엿보는 친구들의 삶이 그는 결코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미 아티스트이자 성공한 가수로서 세상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친구들은 무명인으로서 고된 회사생활에 지쳐가고 있었을 테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새로 뽑은 차를 자랑하는 것 말고는 자신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없으니 증권가 시황이나 스포츠 뉴스, 국제 정세 같은 것들을 떠들어 댔겠지.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회사와 가족이 다 가져가 버리는 상황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며, 이십 대가 좋았다고 말했을 것이다.


8년 전, 예술가로서의 신해철의 삶을 걱정스러워했던 친구들은 이제 오히려 그의 자유롭고 멋진 삶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반대로 친구들의 불평을 듣던 신해철은 답답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같은 시간을 보냈고, 선택은 너희가 했을 뿐인데 왜 나에게 불평을 하고 있는 거냐며 말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이런 얘기도 해보았을 테지.

“네가 진짜로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도해봐. 삼십대 초반이면 아직 젊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


하지만 친구들은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무슨, 나는 결혼도 했고...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러니 신해철이 이렇게 까칠한 목소리로 반복해서 물었을 수밖에.


아무도 그런 삶을 강요한 적 없으나, ‘생각 없이 사는 태도’ 덕분에 우리는 공허하고 생기 없이 버티는 하루를 살아간다. 이제라도 자신의 삶을 찾으라 얘기해 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댈 뿐이다. 사람들은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용기도 없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정해진 인생 각본과 타인의 기대에 숨어서 산다.

어쩌면 남들의 기대와 요구대로 사는 삶,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선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렇게 참으며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늘상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며, 자기희생의 댓가로 가족들에게 짜증이나 내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신해철의 노래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엄연한 나의 선택이다. 우리는 종종 선택과 강요를 헷갈린다. 그리고 강요받았다고 생각하면, 평생 청승맞은 신세타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신해철의 옛 무대를 보며 섹시함을 느낀다. 20년 전 무대라 촌스럽게 비춰질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자기목소리가 있는 사람은 섹시하다. 와인색 단발머리와 아직은(?) 늘씬한 몸매, 강렬한 눈빛에서는 완성된 아티스트로서의 원숙미가 엿보이고, 막춤 같은 내적 댄스에서도 그만의 소울이 느껴진다. 그리고 당시 가요 프로그램의 일상적 풍경이었던 '립싱크'를 하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과도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영리함이 느껴져 더욱 멋있었다. 가식도 없고 아집도 없었던 진정한 아티스트, 요즘따라 마왕 신해철이 상당히 그립다.


뮤지션의 술, 잭다니엘과 신해철





*신해철 시리즈는 <민물장어의 꿈>을 다룰 3부에서 계속됩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당신만의 하루를 사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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