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을 집을 때만큼 우유부단할 때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분명히 작아 보였는데 집으면 부채처럼 촤르륵 아주 넓게 펼쳐지는 큰 배추들이 있다. 그럴 때면 이 배추를 집어야 하나 아니면 그 옆에 있는 작은 배추를 다시 집을까 그 짧은 순간 크게 갈등한다.
다시 다른 걸 집자니 같이 먹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그대로 가져가 먹자니 부담되고.
결국 큰 맘을 먹고 밥그릇으로 가져가 그릇에 온갖 칠을 하며 찢어먹고 쪼개 먹는다.
쪼개 먹든 찢어먹든 내가 집은 배추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반찬 따위에 무슨 책임감을 느끼냐고?
아니다. 내 반찬부터 책임져야 내 인생도 책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젓가락질에 주저 없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