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집 안의 스피커 장비들을 다 점검하고 연결하더니 사운드가 풍성해졌다며 나를 보고 우쭐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의 다소 우쭐하고도 뿌듯한 미소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코스트코로 장을 보러 간 나는 무심코 걸려있는 헤드셋을 썼다. 그 순간 주위의 잡음이 흩어지며 내가 서 있는 곳 자체도 흩어져버렸다.
음악과 나만 존재하는 느낌.
결국 그 날, 주저 없이 고가의 헤드폰을 나에게 선물했다.
다음 날 아침, 영화 라붐에서의 소피 마르소처럼 음악 Reality를 틀어 아빠에게 헤드폰을 씌워드렸고 아빠는 나와 같이 헤드셋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헤드셋이 항상 나와 같이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아빠는 나에게서 그 친구를 가져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아빠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항상 따로 흩어져있던 오래된 스피커 친구들이 만났고 아빠는 그 오랜 재회에 무한한 감동을 느끼며 나에게 그 우쭐하고 뿌듯하며 감격한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이다.
그런 아빠의 미소가 무척이나 감사하고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