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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Dec 29. 2020

새장 안에 갇힌 파랑새



작가 : 이중섭/ 작품명 <새장 안에 갇힌 파랑새>

(1955)/ 종이에 유채 / 26X36.5cm.




 내가 이 작품을 보게 된 시점은 마스크를 써야 해서 더 무더웠던 2020의 여름, 포스코 미술관에서 열린  <텡 븨인 들녁> 전시회에서였다.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와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여태껏 많은 전시들을 봤다. 하지만 어떤 작품을 보고 엄청나게 감명을 받았다던지, 혹은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가며 본 이 작품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줄은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해 질 녘을 연상시키는 아스라한 부드러운 주황빛의 배경에 커다란 사각 철장이 보인다. 마치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자주 봤던 정글짐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철장 안에는 한 마리의 파랑새가 있다. 그리고 그 철장 밖으로 보이는 세 마리의 하얀 새는 자유롭게 날며 그 파랑새를 지켜보는, 혹은 스쳐간다.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파랑새의 두 눈이었다. 파랑새는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나는 그런 새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얼마나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을까. 머지않아 내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 톡 하고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갇힌 파랑새는 곧 나였다. 현재 27살의 나는 대학에서 디자인과를 졸업했고 큐레이터를 꿈꾸며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래서일까. 주위 친구들은 다들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반면,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수업을 전부 비대면으로 들어야 했고, 때문에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서 생활했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여서 편하고 좋은 것도 많았지만 내가 멈춰있고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같이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투덜대는 친구들의 사정도 나는 마냥 부러웠고, 힘들더라고 이 편안함을 뛰쳐나와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차올랐다.



 바로 그 무렵, 저 파랑새를 마주했다. 나는 갇혀있는 파랑새였고, 철장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흰 새들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었다. 물론, 새장 안에 있으면 편하다. 온통 위험 투성이인 바깥세상과 달리 먹이도 제 때 되면 주어지고, 아늑하며 누군가 쉬이 침입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철장 안에 새는 늘 같은 풍경을 본다. 날아도 제자리이며 제자리에서 날갯짓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 날갯짓은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는다.



 그림 속 파랑새를 마주하며 흘렸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마치 나와 같아 보이는 파랑새를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의 눈물이었을까. 혹은 그 파랑새를 안타깝게 여기는 나를 자각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갈 용기를 얻은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을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다만, 그 눈물이 아주 뜨거웠다는 것. 그리고 눈물을 닦고 본 파랑새의 눈이 더 이상 그리 슬퍼 보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눈물을 닦고 본 파랑새의 눈은 마치 언젠가 자신을 둘러싼 철장을 부시고 훨훨 날아갈 희망의 빛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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