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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Jun 19. 2021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를 보고


귀욤 뮈소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봤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로, 해외 의료봉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건네준 10개의 알약을 통해 몇 시간 동안 3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현재의 수현이 30년 전 너무나도 사랑했던 연아이지만 현재에는 자신의 곁에 없는 연아를 30년 전의 수현, 즉 과거의 자신과 함께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현은 이미 연아가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해 낳은 수아라는 딸이 있었고, 이에 과거로 돌아가 30년 전의 수현과 함께 연아를 다시 살리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만약, 연아를 살려 자신과 함께하게 된다면 수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젊은 수현은 수아라는 존재를 모르고, 연아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기에 오직 연아를 살리고자 한다. 그리고 이에 현재의 수현과 수아를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몇 조건 아래 연아를 살리게 된다.


그렇게 젊은 수현과 현재의 수현은 몇 가지의 사건들을 거치며 죽을 뻔했던, 아니 이미 여러 번 죽었던 연아를 살리게 된다. 그리고 젊은 수현은 현재의 수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아와의 연을 끊는다.


한편,  현재의 수현은 폐암 말기였고 결국 숨을 거두게 된다. 이후, 수현의 절친이었던 태호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그동안 연아와 자신을 멀리해왔던 수현에 대해 안타까움을 비롯한 절절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태호는 수현이 사용한 알약의 개수를 세어보던 중, 하나의 알약이 남아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알약을 자신이 먹은 뒤 과거로 가 수현에게 30년 후에 우리 꼭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는 다시 현재로 오게 된다.


실제로, 영화는 30년 뒤가 흐른 현재, 나이가 든 수현과 연아의 재회 장면으로 끝이 난다.



영화를 보고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먼저, 첫째, 이런 절절한 사랑이 나에게도 올까?

둘째,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과연 다를까?

셋째,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첫 번째 생각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다.


두 번째 생각에 대한 답은... '다르다'이다.

연아를 살린 뒤, 현재의 수현은 젊은 수현에게 "이제 너에게 맡긴다."라는 말을 하고 과거를 떠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수현은 연아와 재회한다. 수현과 연아가 재회하는 순간, 나는 "그럼 수아는...?"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 현재의 수현에게 딸 수아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이기에, 과거로 돌아가 연아를 다시 살리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그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여자기에 수아를 꼭 낳게 해 달라는 조건하에 연아를 살리게 된다. 하지만 과거의 수현에게는 아직 만나지 못한 수아보다 연아가 중요했고, 결국 연아를 택했다.


즉, 과거의 수현에게는 수아보다 연아가 먼저였고, 현재의 수현에게는 연아보다 딸 수아가 먼저였다.


이렇듯,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취향을 비롯한 우선순위와 가치관, 모든 것들이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라는 사람을 보이지 않는 시간의 선 위에 놓았을 때, 마치 작은 점들이, 다시 말해 무수히 많은 내가 촘촘하게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점들이 모여 마침내 뚜렷한 선이 된다.


때문에 그 선이 짧던, 길던, 점선이던, 곡선이든지 간에 우리는 딱 하나의 점만 가지고 선이라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한 시기를 겪는 내가 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인생의 한 순간 한순간마다 나는 또 다른 얼굴로 보이지 않는 선 위에 하나의 점으로 서있는 것이다. 때문에 바로 어제인 나와, 아니 1초 전인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나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 번째 생각에 대한 답으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실 뭐 자잘 자잘하게 돌이키고 싶은 순간들이 많다. 그리고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별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바로 이 영화에서 찾았다.  


결국 현재의 수현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연아와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그 대신 수아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의 수현의 선택의 결과이다. 당연히 과거의 수현이 입장에서는 아직 만나지도 못한  딸 수아보다 현재 자신의 연인인 연아가 자신의 인생의 전부다. 하지만, 현재의 수현에게는 딸 수아가 더 중요했다. 때문에 애초에 바란 것도 그냥 과거의 연인이었던 연아를 멀리서 한번 더 보는 것이었다. 이것은 현재의 수현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 수아를 과거의 자신이 선택한 결과로 인해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때문에, 과거의 한 부분을 바꾸게 된다면, 그것은 다시 현재의 많은 것들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그 바꾼 선택으로 인해, 나에게 없어져버릴 현재의 결과들, 기억들이 무섭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나는 꽤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렇게까지 미친 듯이 후회되는 일이 없어서이기도 할 것 같다. 아마 또 다른 사람이라면 입장이 다르겠지.


그렇게 지금의 나는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속선상 위에 무수히 많은 점을 찍으며 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선이 어떤 모양일지는 아마 내 숨이 다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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