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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Aug 31. 2021

예술에 관한 질문 1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누가 나에게 예술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나는 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이 질문에 쉽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의 나로서 예술에 대해 말하자면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예술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것으로 한정한다. (예를 들어 자연을 두고 “와, 예술이다” 하는 것과 같은 감탄사적 상황은 배제한다는 말이다.)


예술은 예술가, 즉 한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세상으로부터 오는데 이 때 그 세상은 자신만의 세상이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환경은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세상은 각자의 환경이라는 렌즈를 통해 확대되거나 축소되고 왜곡되거나 반전되며 심지어 전혀 다른 색상으로 보인다. 사실 그 렌즈를 뺀다면 우리 모두의 세상은 같아 보일 텐데.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리고 불가피하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렌즈를 끼게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 렌즈들은 자연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그 형태를 달리한다.


바로 이러한 다양한 렌즈들을 통해 보는 세상이 예술이다.


만약 한 예술가의 예술이 시기에 따라 눈에 띄게 바뀌는 것은 렌즈의 왜곡의 정도가 가파른 것이다. 한편, 시간이 지나도 항상 같은 소재와 같은 색깔 등 비교적 비슷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예술가들은 그 렌즈 왜곡의 정도가 비교적 완만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역시 예술을 바라보는 우리들 모두가 각기 다른 렌즈를 끼고 있기에.


한 예술가의 생애 동안 큰 변화가 없어 보였던 예술이 사실은 그 자신에게는 엄청난 변화였을 수도 있다. 또 이 사실을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이를 잔잔하게 볼 수 있는 한편 역동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와 반대의 경우도 해당된다.


이와 같이 예술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갖는다. 그렇기에 예술은 답이 없다. 원래 세상에는 답이 없다.


예술은 곧 지워질 과정의 축적이자 순간의 섬광이다.  예술은 언제라도 바람에 혹은 파도에 지워질 발자국을 끊임없이 남기며 걸어가는 발 그 자체이다. 번쩍하고 눈에 잔상을 남긴 채 흩어지는 빛이다.


이렇게 예술은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변하는 우리 각 개개인의 순간적인 세상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과거의 명작, 혹은 현재의 예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단언할 수 없다. 오직 그 찰나를 느낄 뿐이다.



지금, 현재 내가 느끼는 예술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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