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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Sep 12. 2021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 순간을 담기 위해 황급히 찍은 사진.

사진을 찍느라 그 순간 속이 아닌 바깥에 머물러버릴 수밖에 없던 나다.

어쩌면 내 사진첩에는 욕심 가득한 사진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봤는데, 정말 기억에 남았던 대사가 있다.



월터: 사진은 언제 찍어요? 왜 안 찍어요?
숀: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월터: 순간에 머문다고요?

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이 오고 가는 대사들 속 나의 사진첩 속 사진들은 순간을 담아낸 귀중한 사진인 동시에 정작 그 순간에 내가 없는 사진들이 되어버렸다.



얼마 , 강릉여행에서 갔던 바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나가는  순간 속에서 가장 예쁜 파도의 부서짐을 담기 위해  10 정도의 사진을 계속 찍었다. 지금  바다를 떠올리라고 해보면 나는 카메라 화면  파도의 부서짐을 기억할 뿐이다. 실제의 파도가 아닌 실제의 파도를 담아낸 카메라 속의 파도를.



물론,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반영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시야는 한정적이다. 카메라는 결코 그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느낌들을 다 담아낼 수 없다. 그 순간의 분위기는 오롯이 나 자신이 느낄 수 있다.



흔히 우리들은 좋은 사진을 말할 때, 평소에 보기 힘든 찰나의 순간을 찍었을 때나 그 순간 속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사진들을 꼽는다.

하지만, 그 순간의 순간이 사진으로 인해 영속성을 가졌을 때, 그 순간의 의미는 지속될까?

과연 사진 속 분위기가 실제 그 순간의 분위기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 나에게 일으키는 효과는 사라진  (시간에 의해, 거리에 의해)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존재했음을 증언하는  있다. (출처 :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 p.84)


그렇다. 사진은 결코 그 순간을 되돌려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영원히 남기고 싶을 만한 순간을 카메라 렌즈가 아닌, 내 눈, 내 몸으로 충분히 느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게, 그 순간을 충분히 내 몸으로 감싸 안았을 때, 나중에 보는 그때의 사진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진 찍기에 급급해 그 순간을 놓쳐버린다면, 후에 그 사진을 본다 한들, 무엇이 다가올까?



앞으로 나는 욕심의 사진이 아닌, 오롯한 사진을 찍고 싶다. 아니,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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