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직을 앞두고 마음이 좀 이래저래 힘들었다. (참고로 나는 전시기획자, 큐레이터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에 대한 방향성, 그 방향성의 갈피를 찾고 있다.
그동안 나와 맞았던 기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던 곳도 있었기에 소거법으로 나의 방향성을 찾아나가고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절대적인 경험과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틈날 때마다 나에게 질문했다.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고, 그 희망사항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걸 위해 네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뭐고,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일지.
현실에 쫓겨 그러한 질문에 대해 뚜렷한 확신과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그동안 내가 관심 있던 회사에 지원했다.
최종 합격까지 몇 개의 단계가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떨어졌다.
사실, 1단계를 통과했을 때? 좋으면서 안 좋았다. 설레면서 두려웠다.
만약 최종합격하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방향성이 불확실한 채로 일을 한다면, 동료가 내가 갖고 있는 불안한 방향성을 알게 되겠지?
과연 내가 예술을 정말 사랑하기는 할까?
요새 들어 느끼는 예술과 이 직업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물음표는 내 방향등을 더 흩뜨렸다.
진정성은? 내가 이 직업, 예술에 대해 진정성은 있는 걸까?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갖지 말라고 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내가 재밌고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전시 기획을 잘하려면
1. 일상 속 사람들이 잘 몰랐지만 흥미로운 사실이나 정보를 파악하는 탐구력,
2. 지나온 과거나 역사를 소환하는 정보력,
3.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하는 상상력,
4. 그리고 이러한 소스나 재료들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 해석하는 독해력
이 함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나만의 언어,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가 좋은 전시라고 본다.
잠깐의 만남에서는 나의 불안함과 유약함을 포장할 수 있다. (물론 계속 불안한게 인간이지만)
하지만 엄부렁한 포장지는 금방 벗겨진다.
마지막 단계에서 내 포장지는 벗겨진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비참했던 동시에 안도했다.
나를 다지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긴 거라 생각하려고 한다.
나는 발가벗겨지고도 당당하고 싶다.
나는 세상을 다르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반짝이는 눈을 갖고 싶다.
나는 좀 더 여러 개의 알맹이들로 단단해지고 싶다.
나는 단단한 나신이 되고싶다.
그게 내가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깨달은 내가 갈구하는 인생의 방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