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이 Nov 13. 2023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만든 창.... 아내

연애와 결혼, 매력과 갈등, 그리고 인정하려는 노력

인생은 BCD라는 말이 있다. 태어나고(Birth), 선택하고(Choice), 죽는다(Death)는 뜻이다. 일견 동의가 되는 말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나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결국에 남는 것은  선택이다. 늘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어찌보면 생활 속 선택의 연속이 인생이다.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의 저자인 로버트 마이클은 그 다섯 가지를 교육, 직업, 결혼, 자녀, 건강이라고 했다. 하나를 선택하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배우자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이후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부산 여자와 결혼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을 항상 설레게 했고, 그녀의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다. 그 당시에는 그녀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됐고, 사랑스러웠다. 결혼해서 함께 살면서 아내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생활습관, 음식취향, 경제관념, 정치성향 등이 극과 극이었다. 다름이 갈등과 다툼으로 이어졌다. 상당 기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고, 조정하고, 수용하면서 부부관계와 가정생활이 안정되어 갔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결혼 전 아내의 매력 중 상당 부분은 나와의 다름에서 느꼈음을 알게 됐다. 공간적·심리적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만날 때는 다름이 매력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때는 다름은 매력이 아닌 갈등과 다툼의 씨앗이었다.


  몇 년 전에 모 단체로부터 결혼생활에 대한 강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강의를 준비하면서 나와 아내가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하고 정리해 본적이 있다. 31개로 구분하여 비교했는데 3개는 비슷하고, 28개는 달랐다. 90%가 다른 것이다. 당시에 내가 작성했던 내용에 대해 아내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보여줬더니, 아내도 거의 비슷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MZ세대들은 친구나 연인을 만날 때 MBTI를 많이 한단다. 나도 2~3년 전에 아내와 함께 했었다. 나는 ENFJ, 아내는 ISTP로 완전히 반대였다. 내가 외향형(E)·직관형(N)·감정형(F)·판단형(J)이고, 아내는 내향형(I)·감각형(S)·사고형(T)·인식형(P)이다. 각각이 반대이고 합해도 완전 다르다. 그동안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데, MBTI를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른 남녀가 연인 또는 부부로 30년간 함께 살아왔다. 생활 및 판단 양식, 성향 등이 완전히 다른 아내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기적이다. 함께 살아온 긴 시간만큼 충돌과 갈등도 많았다. 우리 부부만 그런 것은 아닌듯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19살의 연하와 결혼하고 대작들을 썼지만,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싸웠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아내도 악처였다는 것을 보면 부부간의 갈등이 심했음이 짐작된다.


  살다 보니 언젠가 "나와 완전히 다른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이 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보고 있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 이후에 아내의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 다이어리에 "아내를 100% 인정해라."라는 글을 써 놓고 거의 매일 본다. 아내를 통해서 보는 세상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보다 더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넓어진 만큼의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배우자를 만나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는 창을 갖는 기회이다. 나는 그 넓어진 창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나 자신과 고군분투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