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루틴을 벗어나도 좋네.ㅎ

루틴을 비껴갔을 때 만나는 새로운 풍경과 경험

서점에 가려다 우연히 도서관에 닿았다. 이어폰으로 흐르는 음악을 마저 듣기 위해 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발길이 도서관 앞에 멈춘 것이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끊길 아름다운 소리가 아쉬워 멈추지 않았던 걸음이 나를 예기치 못한 장소로 데려다주었다. 도서관 의자에 앉아 한 시간 남짓 책을 보고 있자니, 문득 '도서관이 참 좋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감각이 살아났다. 도서관에 발을 들인 지 참으로 몇 년 만의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발길은 도서관 대신 서점으로 향해 있었다. 짬이 나면 서점에 들러 책을 읽거나 소유하고 싶은 책을 사는 것이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서울에 갈 때도 광장 같은 교보문고를 들러야만 비로소 일정이 완성되는 뿌듯함을 느꼈었다. 그곳의 창업자 신용호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도 한몫했겠지만, 수많은 책과 사람 사이에 섞여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충만했다. 하지만 교보문고는 늘 붐볐고, 나는 동네 서점의 아늑한 책상에 앉아 메모하며 책을 읽는 고요한 시간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점은 나의 오랜 습관이자 취미로 자리 잡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도서관은 서점과는 또 다른 너그러움을 품고 있었다. 서점보다 방대한 장서, 광활한 책상, 밝은 조명과 쾌적한 휴게 공간까지. 이 공공의 장소가 오늘따라 유독 낯설고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지독한 '도서관 애호가'였다. 나의 첫 직장이 공공도서관이었고, 도서관이 너무 좋아 첫 집마저 도서관 옆 아파트로 이사할 정도였다. 에어컨이 귀하던 시절, "여름휴가는 시원한 도서관으로 오세요"라는 현수막을 직접 걸며 뿌듯해하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 통합 카드가 나오기 전엔 대출 카드를 서너 개씩 지갑에 넣고 다니며 시험 공부도, 일상도 늘 도서관과 함께했다.


어쩌다 이 친밀한 공간을 잊고 살았을까. 동네에 근사한 서점이 생기면서 나의 루틴이 서서히 옮겨간 탓일 게다. 오늘 우연히 마주한 도서관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가끔은 견고한 루틴을 벗어나 보는 것도 좋다고.....


익숙한 길을 비껴갔을 때 만나는 새로운 풍경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이제 나의 루틴은 조금 더 넓어질 것 같다. 새로 나온 책의 향기가 궁금할 땐 서점으로, 긴 호흡으로 사유하고 싶을 땐 도서관으로 향하는 두 갈래의 길. 나의 일상에 기분 좋은 정거장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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