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사투: 새벽 6시의 빛

by 꿈 꾸는 철이

3. 12시간의 사투: 새벽 6시의 빛



밤은 고문처럼 흘렀다. 자정을 지나 축시(丑時)에 접어들 때까지 이원익은 무릎 한 번 꿇지 않고 선조와 맞섰다. 촛농이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주변의 대신들은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전하, 저를 보십시오. 신이 언제 전하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고한 적이 있습니까? 이순신은 제 주인을 지키려다 온몸에 흉터가 남은 충직한 사냥개와 같습니다. 사냥개가 상처를 입었다 하여 그 목을 치시면, 앞으로 달려드는 왜적은 누가 막겠습니까!"


"닥쳐라! 내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냐? 이원익, 그대의 목숨도 무겁지 않은 모양이구나!"


"전하의 권위는 백성의 목숨 위에 세워지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백성의 방패인 이순신의 목을 치신다면, 그 권위 또한 허물어질 것입니다. 정히 죽이시겠다면 저를 먼저 죽이시고, 그다음에 이순신을 죽이소서!"


이원익은 관복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의 눈빛은 서늘한 결기를 품고 있었다. 그는 지금 한 인간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조선의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새벽 3시. 선조의 노여움은 극에 달해 칼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이원익은 물러서지 않았다.


"전하, 이순신은 전하의 종(僕)이 아니라 조선의 종입니다. 종이 제 주인을 지키려다 상처를 입었는데, 주인이 그 종을 죽이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새벽 5시. 창살 사이로 푸르스름한 기운이 들었다. 11시간의 논쟁 끝에 선조도 지쳐 있었다. 왕은 이원익의 투명한 눈동자를 오랫동안 응시했다. 사리사욕도, 당파의 이익도 없는, 오직 나라라는 직선만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 앞에서 왕의 광기 어린 질투도 서서히 힘을 잃었다.


"허어... 이 정승... 그대가 정녕 그를 보증한다는 말이지?"


"제 목숨을 걸고 보증하옵니다, 전하. 만약 그가 다시 배반한다면 신의 삼족을 멸하소서."


오전 6시. 마침내 선조가 붓을 내려놓았다.


"이순신을 백의종군(白衣從軍)케 하라. 단, 그의 목숨은 이원익, 그대에게 빚진 것이다."


국청을 나선 이원익은 찬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다리에 힘이 풀려 간신히 기둥을 붙잡았다. 12시간의 사투 끝에 그는 권력의 중력을 역행하여 조선의 영웅을 건져 올렸다. 멀리서 아침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이순신의 부활이자, 한 정승의 진심이 어둠을 뚫고 솟아오른 새벽의 승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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