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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Dec 14. 2023

고백이 되고 위로를 받는 만남

만남, 대화, 위로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아는 체를 한다.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5~6년 전에 같은 종교단체를 다니면서 재정부에서 몇 년간 함께 봉사했던 분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단체를 떠났지만, 그동안 몇 번 연락을 하기도 했고,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최근 1~2년 동안은 만나지 못했다. 책을 대출하려고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던 중에 나를 봤다며 먼저 나를 아는 채 다. 

 

나는 나가서 차나 한 잔 하자고 권했다. 서둘러서 책을 반납했고, 그분도 책 출을 마쳤다. 우리는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찾지 못했다. 내가 양지에 있는 벤치에 앉자고 했더니 그분이 자신의 차로 가자고 했다. 차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둘만 아는 사이가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아는 그런 관계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잠깐 대화를 나눈 사이에 그분이 예배드리러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헤어지면서 예배 후에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점심 약속 시간에 맞춰서 도서관에출발하여 만나기로 했던 순댓국집으로 이동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어서 10여분을 기다린 후에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서먹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어제 만났던 사람같이 다정하게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눴다. 아무에게나 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분도 했고 나도 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우리 둘이 함께 아는 가깝지냈던 사람들이 암 등 병에 걸리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여러 명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그분이 자신의 어려웠던 그간의 사정을 말했다. 아내가 아파서 8개월 동안 입원해 있었으며,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 2개월 동안은 본인도 함께 입원했다고 한다. 힘든 시간을 지내 오면서 심리적으로 너무 가라앉아 본인도 우울증 약을 먹고 있으며, 두 딸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는 묵묵히 들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눈시울이 두세 번 젖었다.


나도 3~4년간 어려웠던 가정사를 이야기했다. 특히, 최근 1~2달 동안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나의 속사정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분이 위로의 말이나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않았다. 온전히 나의 말을 들어줬다. 들어주는 사람에게 속사정을 온전히 풀어내는 그 자체만으로 카타르시스를 준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편안한 분위속에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그분에게 감사하다.  


50대 남자 두 명이서 하루에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우연히, 두 번째는 약속해서 만났다. 만남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그 인연은 또 만남으로 연결된다. 세상살이가 사람 때문에 힘들 때가 지만, 또 사람으로 인해 위로를 받다. 우연히 좋은 사람 만나서 평안한 시간을  갖었다.


우리는 카페에서 나왔다. 그분은 아내의 건강이 아직도 좋지 않아서 아내가 처가에 있어서 처가로 간다며 출발했다. 나는 집으로 걸어오면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분의 가족 모두가 이른 시일 내에 건강이 회복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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