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걸렸다.
읽고 싶었으나 오랫동안 읽지 못했던 소설 토지를 드디어 완독 했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토지 1권을 읽기 시작했고, 2025년 1월 26일 밤에 마지막 책인 21권을 읽었다.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책 속으로 빠져있었다.
출퇴근할 때 전철에서, 점심식사 후 남는 시간 등 틈틈이 읽었다. 잠자기 전 침대 위에서 잠깐 읽기 위해 책을 펴면 취침 시간 1~2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다반사였다. 누워서 책 읽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면으로 누워서 읽다가 좌측으로 돌아서 읽기도 하고, 다시 정면으로 누워서 읽다가 우측으로 돌아서 읽는 것을 반복했다. 토지를 다 읽고 났더니,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누워서 책 읽는 습관이 생겼다. 휴일에는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하루 종일 토지를 읽기도 했다. 다른 어떤 것 보다 토지를 읽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토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20여 년 전부터 해왔었다. 10여 년 전에는 5권까지 읽다가 읽지 못했었다. 그 후에도 토지를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여러 번 대출을 시도했었다. 그때마다 1~3 권은 책이 대출되어 도서관 서가에 없었다. 여러 이유로 읽지 못하다가 2025. 1월.... 토지를 완독하고 나니 밀렸던 숙제를 한 듯이 마음이 홀가분하고 뿌듯했다.
지난해 9월 초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에 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토지를 반복해서 읽고, 필사도 권했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오래전부터 내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토지 완독'에 대한 생각이 깨어났다. 그동안 책을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여러 번 방문했으나, 책이 없어서 대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책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먼저 당근에서 중고책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당근앱을 검색했더니, 토지 1권부터 4권까지 4권이 당근에 올라와 있었다. 교환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한 후 구매를 약속했다. 또 다른 생각이 났다. 10여 년 전에 토지 전권을 구매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나는 문자를 바로 보냈다.
친구는 2~ 21권 까지는 있으나, 1권이 없다며, 자신에게 토지는 필요 없으니, 나에게 주겠다고 했다. 나는 당근으로 구매하기로 약속했던 분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토지(1~4권) 구매 약속을 취소했다. 바로 온라인 서점을 통해 토지 1권을 구매했다. 며칠 후에 1권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그 후에 친구를 만나서 2권부터 21권까지 20권을 받았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책을 구해서 책장에 토지 21권을 정열 하여 꽂아 놓으니,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풍성함이 느껴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읽기 시작한 후 몇 개월이 훌쩍 지나면서 토지를 완독 했다. 소설 토지는 내가 읽은 가장 긴 장편 소설이다. 박경리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내가 살지 못했던 시기의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배웠다. 소설 토지 완독에 대한 진한 여운은 한동안 식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