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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Sep 05. 2023

웹소설과 드라마 집필의 공통점

작가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요즘 한국방송작가교육원에서 드라마 대본 작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선생님께 수업을 들으면서 요즘 웹소설을 베이스로 한 드라마가 많은 지 알게 되었다.

1. 타겟층을 15세로 잡아라
웹소설을 쓸 때는 대게 15세 관람가에 맞춰서 쓴다. 15세가 기준인 이유는 웹소설의 독자층이 이르면 12세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15세에 딱 맞춰서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웹소설을 쉽게 써야 하는 이유는 12세부터 60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봐도 이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과제물 중 하나가 굉장히 심오하고 어려운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15세의 눈에 맞춰서 써보는 게 어떠하냐며, 드라마는 쉽게 써야 한다는 조언하시는 걸 듣고는 이래서 요즘 웹소설 기반의 드라마가 많구나, 싶었다.

2. 어렵고 복잡한 형용사 수식은 금물
웹소설이 순수문학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문장 수식이 아닐까 싶다. 웹소설은 스낵컬처이기 때문에 쉽게 읽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로 대사와 간단한 지문 정도를 써야 한다. 지문 속에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묘사는 안 된다. 독자들의 머릿속에 바로바로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본도 대사와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줄거리를 쓰더라도 문장을 아름답고 복잡하게 만드는 각종 수식어들을 쳐내고 쓴다.

3. 고구마와 사이다
스토리를 쫀쫀하게 만드는 건 강약조절이 아닐까 싶다. 웹소설에서는 느슨하고 주인공을 물 먹이는 어려운 상황을 고구마라고 부르고, 이를 해소하는 내용을 사이다라고 부른다.
근데 드라마에서도 이런 전개방식을 쓴다는 걸 알고는 신기했다. 다만 드라마는 기승전결의 구성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만으로 이 쫀쫀함을 만들어야 하니, 웹소설보다는 조금 더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4. 주인공을 굴려라.
웹소설에서는 주인공을 굴리면 굴릴수록 독자들이 흥미를 가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주인공버프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구르는 데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나도 웹소설을 쓸 때, 주인공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향보다는 주인공을 어떻게 하면 고난에 빠뜨리고 난처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 크다.
같이 교육원을 다니는 사람들과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분은 본인이 창조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커서  그 캐릭터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근데 캐릭터가 다쳐야 전개가 재미있는 쪽으로 흘러갔다.) 우리는 그 캐릭터를 너무 사랑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이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아이 매 한 번 더 친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잘 되려면 진흙탕에서 많이 굴려야 한다.

4. 철저히 상업적인 작업물
웹소설은 돈을 따라가는, 아주 속물적인 장르다. 웹소설이 다른 문학장르를 제치고 급부상하게 된 이유도 바로 "돈" 때문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주로 편집자(웹소설 PD)들의 수정과 의견에 거의 따라가는 편이다. 그들이 누구보다 시장의 흐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어느 분야보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듯싶다. 선생님께서 드라마를 써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장사치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PD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웬만하면 싸우지 말라고 하셨다. (물론, 나의 기준에서 너무 벗어나는 수정이나 방향이라면 싸워서라도 이겨야 한다.)

나는 이 말에 아주 크게 동감이 되었다.

5. 현실이 아닌 꿈을 쓰는 세상
웹소설이 인기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현실에서 일어났으면 하지만,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로망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귀, 빙의, 환생을 통해서 과거로 돌아간다던지, 높은 신분이 된다던지 하는 간 누구나 꿈꾸는 능력이다.
재벌 3세와의 로맨스, 잘 나가는 스타와의 비밀연애, 엄청난 능력을 가진 전문직종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는 현실에 있을 법하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을 접하는 건 쉽지 않다.
드라마는 현실을 다루고, 미세한 감정을 다루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웹소설과 참 비슷하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드라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재벌가 막장 얘기, 잘생긴 재벌 후계자와의 로맨스 등이 아니던가. 현실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재벌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세상을 드라마를 통해 보면서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하니까.

물론, 두 장르 사이에는 차이점이 크고, 쓰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그래도 재미있는 세계를 상상하고 그걸 글로 풀어내는, 작가가 마치 신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비슷한 듯싶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 대본 작법을 배우는 것도 아주 즐겁다. 물론, 웹소설을 쓰는 것도 재미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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