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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Sep 11. 2023

웹소설과 드라마 집필의 차이점

웹소설과 드라마는 닮은 부분도 많지만
사실 차이점이 더 크다.
그래서 모든 웹소설이 드라마화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말이다.

1. 해피엔딩 vs 파멸
"발단, 전개, 위기, 절정...... 파멸"

교육원에서 수업을 듣다가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결론이 파멸이라는 구조는 고대 그리스 시절의 연극에서 주로 쓰였던 전개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도 이런 결말이 드라마에서는 종종 보이기도 한다.

파멸, 그 단어를 듣는데 웃음이 났다. 스토리에 파멸을 쓸 수 있다니! 너무 신박하고 신기한 세상이었다. 왜냐하면 웹소설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전개방식이기 때문이다. 웹소설의 결말은 딱 하나다. 해피엔딩. 웹소설이 돈을 주고 보는 스낵컬처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절대 불행이나 우울감을 주면 안 된다. 내 돈 주고 봤는데 결론이 파멸, 불행. 이러면 세상 욕이란 욕은 다 먹지 않을까.

2. 클리셰를 대하는 법
위의 연장선상에서 드라마와 웹소설의 클리셰는 좀 다르게 진행된다. 웹소설의 클리셰는 구성 단계에서 조금 비트는 정도가 많다. 아무리 세상이 발달했다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히로인에 둘러싸여 추앙받는 클리셰를 선호하고, 여자들은 신데렐라 클리셰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현대로맨스의 다반수는 재벌 3세와 캔디형 여주의 로맨스다. 물론 이런 현상은 로판에서도 다를 게 없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재벌은 아주 좋은 이야깃거리다. 다만, 드라마에서의 이러한 요소는 갈등을 일으키고 사건을 만들어내는 장치일 뿐이다. 게다가 워낙 많은 드라마가 세상에 나오는 탓에 뻔한 클리셰는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구성에서 클리셰를 비틀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될 때도 많은 클리셰를 비틀어야 한다.

3. 사건 vs 감정
드라마는 사건이 진행되고 그 사건에 따라 감정이 유발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건을 어떻게 배치하는지가 중요하다.
웹소설에서도 판타지 장르는 사건을 따라간다. 현판이든 로판이든 무협물이든. 하지만 사건이 아닌 감정이 주가 되는 장르가 있다. 바로 현대로맨스다. 로맨스는 철저하게 감정선을 따라간다. 그래서 감정을 먼저 짜고 그다음에 사건을 얹어야 한다.
로판물만 쓰던 나는 현로를 처음 썼을 때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들었다. 감정만으로 70화를 끌고 가는 게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마 그 탓에 감정적인 번아웃이 온 걸 테지만.

4. 상상 vs 현실
웹소설은 상상의 세계다.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창작물 중에 상상의 끝판왕이라면 웹소설이 아닐까 싶다. 서양, 동양, 과거, 미래, 도시, 우주 등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소와 시간이 지금의 웹소설에 모두 녹아있다고 본다.
드라마도 최근에는 영화처럼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아주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만, 드라마는 현실에 충실할 때가 많다. 특히 사회적인 배경이나 그 배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이 아주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그 덕에(?)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우리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나 싶다.

5. 예산
웹소설은 예산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계관이 거대하고 캐릭터에 예쁘고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척척 얹는다. 무도회도 세상 화려하고 전쟁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그건 웹소설뿐만 아니라 글로 풀어내는 모든 것들이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나 머릿속 상상을 글로 풀어낼 때가 아주 행복하다. 왜냐면 난 욕심이 많아서 세계관도 크고, 캐릭터들도 아주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OSMU(One Source Multi Use)와 관련하여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드라마 제작 PD님의 강연이었는데 1차 저작물을 만들 때에 2차, 3차까지 생각한다면 너무 방대한 세계관과 너무 많은 캐릭터는 금물이라고 하셨다. 그 이유는 바로 "예산"이었다. 세계관이 넓은 만큼 구축해야 하는 세트장이 많아지고, 캐릭터가 많을수록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 머릿속 상상을 전부 풀어내야 속이 후련한데ㅎㅎ 내 소설이 OSMU로 웹툰이나 드라마로 제작되면 좋겠지만 그건 하늘에 달려있으니, 언젠가는 운이 풀리겠거니 하고 기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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