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은 시장도 크고 작품도 많다 보니 독자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는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웹소설 세상을 가르칠 때, 모든 작가들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웹소설의 3대 미끼다. 그건 바로 '제목, 소개글, 1화' 다.
그중에서도 제목은 정말 정말 중요하다. 웹소설의 대표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목을 짓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 탓에 웹소설 집필을 끝낸 후에 제목을 짓기도 한다.
처음 시도한 현대로맨스 소설의 제목을 짓는 건 정말 어려웠다. 뭔가 확 눈에 띄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걸로 짓고 싶었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제목이 없었다.
키워드만 뽑아내자면, 원수, 조폭, 재벌, 검사, 10년 지기 친구, 복수, 원망, 구원.. 뭐 이런 것들이 있었다. 고민 끝에 '내 삶을 망친 구원자'라고 지었다.
솔직히 제목이 길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듯했지만 다른 걸 지을 수가 없었고, 내 네이밍 센스는 이미 바닥을 찍은 지 오래였다. 그래서 작품이 흥행하든 말든 그냥 이 제목으로 지었다.
그때만 해도 이 제목이 내 삶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흔히 가수들이 노래 따라간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이 부른 노래 가사의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이 제목을 지은 후에, 작가의 삶도 제목을 따라간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을 꽤 겪었다.
십 년 지기 남사친이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내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이 남사친에게 심적으로 많이 의지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으로 좋아하는 마음도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아픈 배신을 당했다. 그 남사친은 내 삶을 철저하게 망쳐놓았다. 사건을 간단히 말하자면 나와 썸을 타는 중에,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이상형의 여자와 나를 두고 저울질을 했다. 그리고 그걸 내 친구들에게 말했다.
평소에 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진국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탓에, 그 사람의 행동이 나한테는 배신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남자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신으로 다가왔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었구나. 그럼 난 어떤 사람을 곁에 둬야 하지.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그 남사친처럼 속은 쓰레기인데 겉은 화려한 포장지로 포장한 거라면 어떡하지.
이런 사람에 대한 불신과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때는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자고, 새벽 5시에 한 겨울 눈을 맞으며 2시간 동안 한강을 걷고, 음식냄새에 예민해져서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들었다. 그 탓에 2주 만에 몸무게는 5kg이 훅 빠졌다.
그런데 지나 놓고 보니, 나를 배신한 남사친이 나를 구원해 주었다. 우리 사이에 얽힌 몇몇 친구들이 있었는데, 십 년을 넘게 봐오면서도 못 봤던 진짜 모습을 그 남사친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근데 정 때문에 그걸 못 본 척하며 그때까지 질질 끌고 왔던 것이다.
덕분에 나를 좀먹던 인간관계가 싹 정리되었다. 그 남사친 덕분에 나를 파괴하던 친구들까지 안 만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그 십 년 지기 남사친이 내 웹소설의 제목처럼, '내 삶을 망친 구원자'라고 생각한다.
그다음부터는 제목을 지을 때 정말 잘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만... 역시 나의 네이밍 센스는 여전히 아닌 듯싶다. 생각 없이 짓는 제목이 최고인 거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