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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Oct 20. 2023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신을 즐겁게 하지 마라

웹소설에서 작가는 신이다.

내가 만든 세계관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내가 만든 사건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걸 창조한 곳에서는 당연히 내가 신이지 않은가.

다만, 작가는 캐릭터들에게 그다지 좋은 신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진흙탕에 데굴데굴 굴리며 괴로워하고 아파하게끔 만드는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주인공이 힘들어할수록 작가는 즐거워한다.

아마도 내가 웹소설 주인공이라면 누구보다 신을 많이 원망할 거 같다. 도대체 왜 이런 고난과 시련을 겪게 하냐며 말이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고난과 시련을 주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래야 이야기가 맛깔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그런 힘든 순간을 견디고 이겨내 성장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얘기는 돈이 된다.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에게 계속 시련을 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큰 고생을 겪는 장치들을 마련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할 때, 작가는 주인공을 안타깝게 여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즐거워하며 더 큰 시련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내 삶이 이런 웹소설 속 주인공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전생에 무슨 큰 죄라도 지었나 싶은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니, 내가 주인공이기에 그런 고난과 시련을 겪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더 성장하라고, 그래서 내 삶을 엿보는 어떤 존재들에게 즐거움을 주라고 말이다.

그다음부터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물론 지금도 고난과 시련이 계속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래도 더 이상 예전처럼 요란하게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그 순간을 버텨내려고 노력한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걸 지켜보는 신도 재미없을 테니까.

고난과 시련이 와도 묵묵하게 버티다 보면 성장할 날이 올 테고, 아무리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와도 적당히 즐거워해야 다른 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는다.

그게 바로 주인공이 되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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