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이래저래 여러 일이 있었던 지라, 의도치 않게 3년 가까이 쓴 소설을 10월 말에 끝냈다.
출판사에서 수정본이 오고, 고쳐 보내고, 또 수정본이 오고, 또 고쳐 보내야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만...
10월에 방작원 과정도 끝나고, 소설집필도 끝났기에 쉬고 싶고 어디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좋은 건, 생각을 미친 듯이 한다는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어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나한테 정말 필요한 생각만 남게 된다.
이번에는 홀로 장거리 운전을 했다. 여행지는 경북 문경. 일정이 있어 충북 영동을 들렸다가, 세종에서 하룻밤 묵고, 문경으로 넘어가야 했다.
세종에서 문경으로 가는 건 쉽지 않았다. 꼬불꼬불 산 길이 계속되어서, 운전하면서 처음으로 멀미를 했다. 그래도 좋았던 건, 단풍이 주는 울긋불긋한 풍경을 계속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문경새재에서 본 하늘은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했고, 푸르렀다. 운 좋게도 사극 드라마 야외 촬영도 구경했다.
그래서일까. 여행을 하면서 이번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그냥 새하얀 백지처럼 텅 빈 느낌이었다. 새로운 걸 구상하고 싶고, 여행지에서 얻은 소스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글도 안 쓰고 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
그러고 나서, 신기하게도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글을 쓰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제야 내가 번아웃이 왔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완전히 비워내야 할 시기라는 것도 말이다. 그래야 새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삶에 휴식은 정말 중요하다. 그걸 모르던 10대와 20대에는 미친 듯이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여행은 경험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많이 보고 배우고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쉬엄쉬엄 하는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