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동굴 속, 수행자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웹소설을 쓰는 건 어찌 보면 수행하는 모습과 닮아있는 듯하다.
겉보기에는 디지털 노마드에 최적화된 일처럼 보인다. 시간 제약도 없고 공간 제약도 없다. 여행지에 가서 쓸 수도 있고, 잠시 머리 식힌다고 쉬는 것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웹소설 작가에게도 환상일 뿐이다. 물론, 마음에 드는 여행지에 가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호텔에 틀어박혀 삼시세끼 호텔에서 주는 밥 먹으면서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도 호텔에 맡기며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그럼 왜 디지털 노마드가 환상인 걸까.
웹소설을 쓴다는 건 이야기를 쭉 이어나가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일의 흐름을 타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에 익숙한 공간과 작업 시간을 고정해 놓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그때만큼은 확실하게 이야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웹소설 작가들이 쓴 집필서를 보면, 하루 5,000자를 매일매일, 꼬박꼬박 쓰라고 권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써야 하는 스토리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작업시간은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5시간 내지 8시간 걸리는 작업이다. 즉, 회사를 다니면서 일하는 것과 다른 없는 작업 시간이다.
웹소설 작가가 되는 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네이버, 조아라 등의 플랫폼에 스토리를 올리면 누구든 작가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의 댓글을 통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작품을 한 두 개 내기 시작하고, 이 일을 전업으로 삼게 되면 더 이상 독자의 즉각적인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 출판사는 이미 세상에 보인 작품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싸움이고, 고독한 시간의 연속이다. 작가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건, 작품 속 캐릭터들밖에 없다. 종종 회사 다니면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할 때가 있을 정도로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일이니 묵묵히 하는 수밖에.
웹소설의 화려하고 번뜩이는 세계와 달리 작가의 생활은 고독한 수행자와 같다. 그래서 웹소설을 쓴다는 건, 조용한 동굴 속에서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바위가 언젠가는 쪼개지는 날이 오는 듯, 작품을 마무리하는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