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좀 나가세요!
사람들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꽤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24시간 내내 방에 틀어박혀서 허름한 옷을 입고 안경을 낀 채 타이핑만 하는 사람.
작가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작가님 왜 나가요?"
한때 드라마 대본 집필 때문에 제작사랑 일을 할 때가 있었다. 난 분명히 대본을 제 날짜, 제시간에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밤산책은 나의 루틴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밤 10시 15분에 온 전화에 내가 밖이라는 소리에 제작사 대표가 싸늘하게 말했다.
"작가라면 나가지 말고 방에서 글을 써야죠."
솔직히 말하자면 기가 찼다. 그리고 또 솔직히 말하자면 마감 안 지키는 작가들도 굉장히 많다. 내가 제 때 제시간에 원고 주지 않았냐는 말은 듣지도 않고 대뜸 나가지 말라는 소리를 했다.
결국 그 제작사와는 헤어졌다. 사실 이 말들이 그 제작사가 얼마나 빌런 같은 곳이었는지 알려주는 경고였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의외로 아이디어는 방이 아니라 밖에서 나온다. 그리고 안에서 생각보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채 멍하니 있는 경우도 많다.
나는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집필할 때는 무조건 밤산책을 나간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에, 약간 캄캄한 곳을 걷고 있으면 시야에 들어오는 건 없지만 몸이 움직여서인지 스토리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땠을까? 이렇게 했을까? 저렇게 했을까? 그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타이밍에서 이렇게 해볼까? 그럼 빌런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아냐 저건 아닌 거 같아.
정리할 수 없는 수많은 생각들을 걸으면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쳐낸다. 그리고 집에 오면 하나로 정리된다. 그걸 기반으로 스토리를 쓸 수 있다.
작가님은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세요?스토리를 어떻게 그렇게 길게 쓰세요? 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나가라고 대답한다.
아이디어는 방구석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그걸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로 머릿속을 리프레쉬하고, 근육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자극이 필요하다.
시간은 상관없다. 각자에게 맞는 시간에, 내 생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나가면 된다. 그리고 작가가 방 안에만 박혀서 글 써야 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 글 한 번 안 써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