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 삼켜진다

by 가현달

비움이 삼켜진다/가현달


허겁지겁 삼켜낸 지식들이 생각들이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다 소화하지도 못할 거면서

꾸역꾸역 먹어댄 그 많은 사념들이

아픈 몸을 헤집더니 이내 다 쏟아 린다


적당히 먹으면 그것으로 그만일 텐데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것일까


남들은 억지로 먹는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로 아니 아마도 나는

먹어지니까 먹는 것일 뿐 억지로 먹는 것은 아니

다만 게워낼 때의 고통이 여전히 싫을 뿐


결국 이놈의 집착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또 미친 사람처럼 마구잡이로 먹다가 느새

먹은 것 하나 토하고 마신 것 둘 쏟아내 버리고


아무리 먹어도 마음의 살은 어김없이 빠지고

한참을 비워내어 공허한 것 같다가도

어쩌면 이 비움들이 그렇게 먹어댔던 이유였을까

다 비워내야 이 허기를 채울까


오늘도 나는 삼킨 만큼 토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나이기에

그 고통의 시간이 언젠가는 나를

가벼이 할 것이기에


인내의 이유를 알고 싶지만 나는 묻지 못한다

그저 나를 먹고 마시기를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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