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삼키고 오늘을 뱉는다/가현달
발목까지 빠지는 서해안의 갯벌에서
저기 저 반짝이는 해안선의 노을을 쫓아
한 발을 내딛고자 오른발을 들었더니
왼발의 정강이까지 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다시 오른발을 내리고 양손을 들어 왼발을 뽑아 들자
중심을 잃고 온몸이 기울어 갯벌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포기하고 멈추면 깊숙한 갯벌에 목까지 빠져들까 했지만
잠시 온몸에 힘을 빼고 갯벌에 등을 대고 누우니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던 갯벌은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고
다시금 조여 오는 파도소리와 노을 진 하늘만이 담겨있었다
그냥 한 발만 내딛자 한걸음만 내딛자
그리고 너무 지칠 때면 잠시 누워 쉬어가도 좋으니
그저 이대로 잠들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으니
그저 이대로 포기하지 않으면 다시 일어나 살아갈 수 있으니
지금 여기서 한 발만 내딛자 한걸음만 내딛자
그리고 이제 그만 저기 저 아쉬운 노을을 삼키자
지나간 인생처럼 삼키고 나면 이윽고 오늘을 뱉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