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양산/가현달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피부를 때리는 여름의 따끔한 훈계를 들으면서도 하찮은 반항이 하고 싶었다
남자가 무슨 양산이냐 지레짐작 겁을 한주먹 주워 먹은 나는 남자답다는 남색으로 골랐다
생각이 멈추지 않는 날이면 양산의 품에 숨어들어 걱정을 피해 다녔다
오늘 갑자기 퍼붓는 여름비에 허겁지겁 양산을 펴든다
아니 이건 더 이상 양산이 아니지 않나
이까짓 비쯤 다 맞으면 남자다운 걸까 하고 웃어본다
나는 또 한 번 시답잖은 의문이 들었지만 으레 그러려니 흐르게 두기로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다운 사람이랄까
비 오는 날의 양산인지 우산인지 모를 무언가에 기대어 오늘도 걷는다 나의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