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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Mar 20. 2024

일오구의 우주

생각날 때마다 쓰는 시(231030)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 큰 충격을 받거나 사고를 목격하면 생존본능이 발현되어 그 상황을 애써 잊고자 노력한다.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고 더 이상 생각하는 법을 잊은듯하다. 집단지성도 거기에서 멈추었다.


​인간은 실제로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너무 큰 고통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 기절하게 된다. 깨어있는 것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우리가 상상 가능한 사건사고에는 끔찍하게도 화를 내지만,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사건에는 사고가 정지되고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외면하고 현실을 살아간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웃고, 밥 먹고, 여행을 간다.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슬픔은 그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울고 화내야 한다. 감정을 온전히 쏟아내고 그 시간을 버텨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겪은 이 트라우마를 우리들은 스스로 온전히 슬퍼하고 화내고 애도했는가?


​이러한 과정을 겪지 못하면 그 트라우마는 그대로 우리 안에 남아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정말 생각해 보면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들은 우리 주변의 친구이자 동생이고 보기만 해도 부럽고 아름다운 청춘이다.


누군가가 지나가다가 어이없는 사고로 손가락 하나를 잃었다면 우리는 스스로 분노하고 같이 슬퍼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1590개의 손가락을 잃었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고통이 너무 크고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온전히 애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당분간 나에게 묻기로 했다.


일오구의 우주
(by 가현달)

​그날의 어둠은 너무 시려서
임계치를 넘어선 너를 애써 잊었다​

​지독히 아프면 고통을 잃고
너무 큰 슬픔은 도리어 평일이 된다​

​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못할 광경은
내가 꿈꾸는 것인지 어지럽고 당황스러워​

​울지 못하고 화내지 못하고
손잡을 수 없음을 모르고​

​집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집단 지성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

​눈물을 흘려야 끝나는 슬픔이라
아직 끝내지 못하고 여기에 남았다​

​그리하여 그대의 잠드는 모습을
지금 나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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