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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Apr 21. 2024

빨래는 탈탈 털어 널어야지

생각날 때마다 쓰는 시

먹고살기 힘든 시절 맞벌이를 하던 어머니는

가끔 나에게 이것저것 집안일을 시키셨다

도와드리는 건 겠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던 게 

어머니는 항상 빨래는 탈탈 털어 널으라 하셨다

빨래를 너는 건 좋다지만 털어 널기는 싫었다

어른이 되어 혼자서 내 맘대로 살다가

여기저기 주름진 흰색 반팔티를 입어보고 알

어떤 일은 시간이 지나야 이유를 알게 된다고

그때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일들은

사실 나를 아끼는 누군가가 나 대신해 준 것일 뿐

사실은 필요했던 일이었다고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것들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

표현하기 힘든 것일 뿐 인생의 경험으로 배우는 것

그래서 나는 새하얀 빨래를 탈탈 털어 널며

그리운 것들을 다시금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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