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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기회는 이렇게 찾아왔다

작은 인연이 예상 밖의 기회로 이어진 이야기

by 개일

며칠전 링크드인으로 어떤 학생으로부터 감사 메시지가 하나 왔다. 한 달 전에 내 회사에 레퍼럴을 부탁해서 연결을 해줬는데, 드디어 첫 번째 인터뷰가 잡혔다는 연락이었다. 레퍼럴은 여러 번 해준 적 있지만 이렇게 “연락 왔다”고 감사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왠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tempImage8ynGtO.heic 일단 학회 멘토-멘티 세션에서 내가 무조건 인맥 쌓고 레퍼럴 받으라고 강조를 했다. 그걸 잘 실천한 이 학생이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면 기억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평생 내가 누군가에게 커리어적으로나 어떤 면으로나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 것 같다. 아니, 그냥 나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냥 예쁨받고 의지하고... 뭐 그런 식으로 대학생 때까지는 살아왔으니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 근데 사회를 나와보니 그게 아니었네. 그냥 어려서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이제 컸으니 의지할 필요도, 의지할 수도 없는 거구나.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이제는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으로 탈바꿈(?) 되어가는 과정이 좀 무서웠던 것 같다. 갑자기 회사원이 되고, 그 전까지만 해도 나를 그냥 작고 조용한 여자애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조금 다르게 보는 시선이 이상하고 무서웠다.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시선이 달라져버리니까. 그게 좀 묘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조용하고, 여전히 체격도 작은걸.


자기성찰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의 주제는 사실 미국의 네트워킹이다.
미국은 이 네트워킹이라는 게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실력이 엄청 뛰어난 사람 몇 명을 제외하면 솔직히 대부분은 다 고만고만한 세계에서, 결국 운이 좋은 사람들이 좋은 기회를 잡게 마련인데 그 ‘운’을 어디서 잡느냐?


미국은 사람이다. 인맥이다. 네트워킹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대단한 인맥이랑 굳이 친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냥 어떤 세션 가서 그 사람 발표를 봤든, 인사를 했든, 안 했든.
하면 물론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유명하면 기억 못할 확률이 더 높겠지.


그래도 괜찮다! 진짜로!


그냥 그런 자리에 가서 그 사람을 ‘봤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연결이 된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링크드인에 메시지를 넣는 거다.


“오늘 발표 좋았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고, 나중에 또 뵐 일이 있으면 좋겠다.”
그냥 이 정도.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이 이직을 하거나, 채용 관련 글을 올린다거나 하면 그때 다시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그게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 정말 모른다. 물론 한 사람만 공략하면 안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어쩌다 오는 그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고.


이번 건도 그렇다.
나는 어느 한인 컨퍼런스에 대학생들 멘토로 갔었는데, 솔직히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 학생 얼굴과 이름 기억 못한다.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력의 한계인걸. 하지만 나를 본 그 학생은 나를 기억했고,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나는


“기억도 못하는데 왜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가 아니라


“아, 기억 못해서 너무 미안하네... 그래도 반갑게 응대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다.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성향이 나쁘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대부분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미국은 인맥 사회라서 성공하기 어렵다고만 생각하기보다,
그 인맥 구조를 그냥 이용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라고 나 스스로 다시 한 번 되뇌인다.
아.. 미국은 인맥사회라 정말 올라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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