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여기선 그래요.
미국 물가는 진짜 비싸다.
외식하면 아무리 아껴 먹어도 둘이 기본 60불은 그냥 나간다. 여기서 “오 이 집 진짜 싸다?”라는 말이 나온다는 건 둘이 60불 아래라는 뜻이다. 웃기지만 이 동네에서는 70~80불 나오는 게 그냥 평범하고, 조금 더 잘 먹었다 싶으면 그 이상도 금방 나온다. 최근에 이 동네 맛있다고 유명한 한국 갈비찜을 먹으러 갔는데 갈비찜과 설렁탕 두개 시키고 $150? 그 이상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산호세가 속한 Santa Clara County 자체가 미국에서도 물가 높은 걸로 유명한 곳인데, 심지어 연봉 10만 6천 달러(1억 4천 정도) 이하도 저소득층으로 분류될 정도다. 연봉 1억 4천을 벌어도 저소득층이라니... 근데 주민으로써 너무나 이해가 간다. 왜 저소득층인지.
근데 또 사람이 재밌는 게, 이런 물가에도 결국 익숙해진다.
미국 온 지도 벌써 3년인데, 처음 왔을 때는 진짜 답이 없었다. 미국 달러가 없으니까 학생 때 모아놨던 캐나다 달러를 꺼내 쓸 수밖에 없었고, 캐나다 카드로 결제될 때마다 “이게 뭐야...?” 싶었다. 물론 일을 바로 시작하고 금방 미국 계좌로 돈이 들어와서 미국 달라를 쓰면 되긴 했지만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계속 캐나다 환율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 미국에 오래 살던 친구들이 '갈비찜 같이 먹으러 가자!' 하면 마음 속으로 거절했다. 친구들아 그런 건 집에서 먹어... 고기는 마트에서 사면 저렴하잖니?
스타벅스의 맛차라떼를 커스텀해서 먹는걸 좋아해서 한달에 20번은 사마신다. 지금도 난 거의 매일 밤 스타벅스에 나온다. 이 글 쓰는 지금도 옆에 맛차 라떼가 있고.
동네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늦게까지 여는 카페가 몇 군데 없는데, 그나마 밤 10시까지 열어주는 곳이 스타벅스라 밤에 집에 있기 싫으면 결국 여기로 온다. 맛차 라떼에 오트밀크 넣고 브라운슈가 시럽까지 추가하면 $6.75 USD. (버블티 맛이 나서 진짜 추천한다!)
근데 내 스타벅스 앱은 아직도 캐나다 계정이라 결제할 때마다 10 CAD가 찍혀서 빠져나가는 걸 본다. USD로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CAD로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다. 커피 한 잔이 만 원이라니.
그래도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런 물가가 이제는 그냥 익숙하다.
여기가 비싼 동네라는 건 어쩔 수 없고, 멀리 타지에서 혼자 와서 돈 벌겠다고 사는 내가, 돈 아낀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도 좀 슬프잖아. 그렇다고 막 펑펑 쓰진 않더라도,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이 동네는 돈을 안 쓰면 갈 데 자체가 거의 없는, 참 묘한 곳이다.
그래서 내가 보드게임을 좋아하게 된 걸수도? 재미도 있고 경쟁도 하고 이기면 뿌듯하고 져도 상관 없고 무엇보다 게임 한 번 사면 평생 즐길 수 있고.
가끔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면 진짜 놀란다. 특히 연말에는 더 놀란다. 일년동안 고생했다고 연말 선물 사고 여행 비행기 숙소 예약하고 그러다보면 두세달치 돈이 그냥 나간다. 그래서 연초에는 “아, 올해는 좀 저축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나올 수 밖에 없더라.
버는 만큼 나가는 곳.
집값이 살인적이고, 물가도 말도 안 되고, 그래서 돈을 벌어도 모으기 어렵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곳.
그게 실리콘밸리다. 물론 일찍부터 이 동네 와서 주식으로 크게 벌어들인 사람이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정말 많이 버는 사람들은 그냥 많이 벌고 잘 살겠지만... 평균적인 사람에게는 여기가 진짜 돈이 계속 새는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