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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개발자 N잡러 였던 시절

그리고 취업준비와 미국 개발자 인터뷰를 수십번 보던 시절을 돌아보며

by 개일

실리콘밸리에 오기 전의 나는 석사 학생이었다. 석사 과정을 2년간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은 솔직히 많이 없다. 그냥 힘들었고 매일이 고통이었고 Imposter Syndrome 을 지독하게 경험하며 버텨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당시 그 누구도 없었다. 내가 못하는 것을 보이는 순간, 자신감이 없단는 걸 아는 순간 누군가 날 잡으러 올 것 같았나보다.


석사 1학년 때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학교에 갈 필요도 없었고, 랩탑 하나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컴 전공이다 보니 더더욱 고립된 생활을 했었다. 다행히 룸메이트가 같은 교수 학생이어서 그 친구와 매일 이야기하며 취업고민 들어주고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 연구원 생활뿐만 아니라 기회가 되는 대로 무언가를 더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석사 시절 경력과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여러 일들을 나열해 보았다.


연구원


첫 번째 직업은 당연히 석사학생이자 연구원이었다. 내가 있던 연구소는 AI 분야에서 꽤나 유명했고, AI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원이 나왔으며 지금도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든 말든, 석사 연구원생으로서의 월급은 겨우 $2,100 정도였다.

도심 한복판의 집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살았고, 집값으로 $1,500이 빠져나가면 한 달 생활비는 600달러 남짓. 교통비와 휴대폰 요금 등을 빼면 대학원생 월급으로는 정말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대학원 들어오기 전에 개발자로 일하며 저축을 해둔 덕분에 당장 돈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석사학생으로서 미래도 불투명하다 보니 기회만 생기면 무언가를 더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조교


나는 조교를 정말 많이 했다.


보통 한 학기에 한 과목을 맡는데, 나는 4학기 동안 10과목의 조교를 맡았다.

학부 시절 조교 선배들이 멋있어 보여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시험 보는 학생이 아니라 감독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막상 해보니 감독 업무가 제일 지루했지만...


2학년이 되고 논문과 개발자 일을 병행하면서는 심적으로 꽤 힘들었다. 매주 교수님과 프로그레스 미팅을 해야 하는데, 같은 날 채점이나 튜토리얼 수업이 겹쳐서 번거롭던 날도 많았다. 그래도 학생 신분에서 꽤 짭짤한 수입원이었기에 마지막 학기까지 꾸준히 했다.


개발자


논문과 취업 준비로 바빴던 석사 마지막 학기를 제외하면 계약직 개발자 또는 인턴십을 계속했다.
1학년에는 학부 때 인턴했던 회사에서 계약직 개발자로 일했고, 2학년에는 여름방학부터 다른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총 1년 반 동안 회사 출근을 단 한 번도 할 필요가 없어서 학업과 병행이 가능했다.


개발자 또는 data scientist 로 일했는데,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연구와 수업을 같이 하다 보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마지막 학기에는 인턴십이 끝나서 졸업논문과 취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22년 3월에는 인터뷰 일정이 정말 많았다.
어느 하루의 인터뷰 스케줄을 보면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다.


그 날 하루의 인터뷰.


돌아보면, 석사 과정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재택근무라 지도교수와 가까워지기도 힘들었고, 연구 방향도 한동안 잡히지 않아 헤맸다. 1학년 때는 수업 듣느라 바빴고, 2학년 때는 취업 준비까지 겹치며 매일이 부담이었다.


특히 마지막 학기에는 연구와 졸업논문,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하루 평균 두세 개의 인터뷰를 보며 하루하루 긴장하며 보냈다.


일어나면 인터뷰로 시작을 하고 오후에 모든 인터뷰가 끝나면 그 다음날 인터뷰 준비와 졸업 논문을 쓰고, 성시경 노래로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하루를 끝내는 날의 반복. 좀 지겨웠지만 어떡해. 끝까지 해야되는데.


가족 대화창. 아마존에서 합격을 받고 그 다음날에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오퍼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날,


세 개의 오퍼가 한번에 왔다. 하나는 로펌의 개발자직이었고, 두번째는 아마존,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회사에서 오퍼 이메일이 왔다.


카톡 스크린샷의 아마존과 하루 차이로 인터뷰를 봤고, 아마존 오퍼가 먼저 왔지만 끝까지 기다렸고, 결국 로펌과 아마존은 거절하고 내가 원하는 회사를 선택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시기였지만,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때 생겼다.


이 합격의 기쁨이 막상 몇 달 가지 않은 게 문제였지만,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니까. 앞으로도 나날이 도전하고 포기해도 다시 도전하는 삶을 조금은 더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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