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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휴대폰 스크린타임을 지금 확인해보자

12시간 떴다고 놀라지 말고.

by 개일

가끔 내 핸드폰 스크린타임을 보면 놀란다. 그렇게 말하고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12시간...? 이라고?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이 16시간인데 12시간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계산되는 거야.


다행히도 12시간은 내 모든 애플 디바이스를 합친 값이란다. 개발자 회사원 특성상 앉아서 하는 게 맥북 보는 것밖에 없으니 이건 스크린타임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핸드폰 일주일 평균 시간만 보면 4시간 조금 넘는다. 그런데 이것 또한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일하는 시간 8시간, 운동하고 준비하는 시간 2시간, 밥먹는 시간 1시간.. 그럼 남은 시간이 거의 다..? 거짓말이라고 해줘.


하루에 4시간이면 1년에 약 1460시간인데,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00시간이라고 하더라. 이 말대로라면 이 4시간을 무언가를 배우는 데 썼으면 6년이면 나는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잖아? 그런데 나는 이 말도 안 되고 한심하게 쓰는 4시간이라는 시간을 20대 시절 내내 다 버리고 있었던 거고? 잘만 썼으면 지금 개발자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싶었던 건 얼마나 많았나. 시도만 하고 돈만 쓰고 2주면 포기하는 내 참을성 없는 성격 때문에 참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해버렸다.


유튜브 보면서 허송세월했다는 걸 지금 깨닫고 나니 참 한심하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깨달은 게 다행인 건지.

유튜브가 시작된 시기가 2005년,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기가 2007년쯤이라고 한다. 그때 나는 초등학생이었으니 핸드폰도 없었고 몰랐다 쳐도, 내가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 건 다행히도 대학생 되고 나서였다. 고등학생 때도 유튜브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냥 모르는 사람이 만든 1인 크리에이터 영상이 왜 재밌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지금은 중독이 돼서 뼈저리게 그 재미를 깨닫는 중이다.


이 세상엔 왜 이리 재밌는 컨텐츠를 만드는데 재능 있는 사람이 많은지.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잠깐의 도파민을 얻고, 결국 내 미래를 잃어버리고 있었네.


물론 유튜브가 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도움이 되는 컨텐츠, 공부 컨텐츠도 많다. 하지만 이 나쁜 알고리즘이 날 중독시키려고, 공부 컨텐츠를 보려고 하면 추천 영상에 연예인, 다이어트 방법, 게임, 먹방 등등 도파민 천국을 잔뜩 띄워서 유혹한다. 인생의 목적이 강하지 않으면 이런 유혹적인 컨텐츠에 빠져 잠도 줄이고, 공부 시간도 줄이고, 결국 내 다음날 출근시간과 일하는 시간까지 방해하게 된다.


그래도 간신히 Z세대와 밀레니얼 사이에 걸쳐 산 세대로서, Z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SNS의 홍수와 지금의 AI 기반 유혹을 10대 때는 겪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라 해야 하나. 한창 교육받고 방향 잡아야 할 시기에 이런 유혹을 알았다면 난 지금쯤 아직도 내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으려나.


하지만 지금이라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내 10년 후는 그 누구도 보장하지 못할 텐데. 그리고 지금은 잔소리해주는 부모님도 없고, 이제는 내 스스로 의지로 빠져나와야 한다.


퇴근하고 잠깐의 휴식, 다 좋다. 하지만 “잠깐만 쉬자”, “이번 주말까지만…”이 결국 한 달, 1년이 지나고, 연말이 오면 “올해 나는 또 뭐 했지…” 하면서 후회하고 그다음 해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러기 싫잖아.


그러니까 이제 모든 걸 적당히.


아, 그리고 글을 써보는 것도 추천한다.

현재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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