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LLM이 급격한 속도로 발달하니, 무슨 기능을 가진 앱을 만들어 달라고 LLM한테 그냥 물어보기만 해도 몇 분 안에 앱 하나가 만들어지니까 나온 말이다. 근데 솔직히 난 이 단어가 별로다.
뭔가 대충 하는 느낌도 있고, 정의도 애매하고, 그냥 LLM한테 이러이러한 앱 만들어 달라하고 prompt 하나 던지면 코드가 길게 뽑아져 나오고, 그걸 거의 읽지도 않고 프로그램을 돌려버리니까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생긴 것 같은데... 차라리 AI-assisted coding이라고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만들었다는 프로젝트 발표 세미나가 있어서 어느 아이디어가 나왔을지 궁금해서 다녀왔다. 코딩은 어떻게 했든 관심 없고, 솔직히 요즘 세상엔 아이디어가 제일 중요하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와중에 바이브 코딩으로 무엇을 만들었을까나.
총 네 개의 프로젝트가 발표됐는데, 연구직, 개발자, 그리고 비전공자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이뤘더라. 프로젝트는 논문 검색 앱, 주식 관련 앱, 책 읽어주는 앱, 그리고 AI 자동 번역 앱, 이렇게 네 가지였다.
들어보니 프로젝트 결과물을 자랑하려는 자리는 아니었고 그냥 바이브 코딩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솔직 후기 공유에 가까웠다. 나도 LLM으로 앱을 만들어 본 적 있어서 그런지 발표자들이 말한 것들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더라.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비전공자 발표자의 Q&A였는데
“Confidence Score는 어떻게 계산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건 제가 계산한 게 아니라 LLM이 했습니다”
였는데, 오... 솔직하고 멋있는 분.
어느 한 팀은 네 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개발자 둘, 비전공자 둘로 이루어진 팀이었고 발표가 제일 길었다. 프로젝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발표 20분, 그리고 네 분 모두 나와서 각자 바이브 코딩 팀워크 후기를 공유했는데 모두가 말한 공통된 결론은,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힘들었다는 것. 각자의 역할은 잘했지만 그 것을 합치는 과정이 어려웠다 하더라.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발표는 조금 불편했다. 프로덕트는 가장 완성도가 있었는데, 한 개발자 분의 말투가 좀... 비전공자 팀원들을 내려다보는 느낌? “가르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데 비전공자면 당연히 모를 수 있는 건데 왜 굳이 그렇게 강조하지?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뒤에 또 나와서 같은 말을 하시니 원.
어찌됐든, 세미나를 듣고 나오면서 든 결론은 세미나 듣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이브 코딩은 초반 아이디어 구현에는 확실히 좋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커지면서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유지보수, 확장성, 품질 관리 등에서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결국 LLM은 엄청난 기술이지만, 그걸 어떻게 설계하고 조립하고 끌고 갈지는 아직까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전체적인 구조를 관리할 수 있는 시니어 개발자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역할조차 언제 없어질지,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아무튼 세미나는 흥미로웠고, 바이브 코딩으로 재미난 앱들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고 느꼈으니 앱 하나 만들어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