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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OpenAI 세션보다 스타트업 세션이 인상 깊었을까

by 개일

오랜만에 AI Summit에 다녀왔다. 요즘 강연 들으면 집중도 못 하고 졸기만 하길래,


“이번엔 진짜 제대로 배워보자!”


하고 마음먹고 갔다. Databricks에서 하는 세미나였는데, 네 개 중 세 개 들고 그냥 나왔다.



근데 확실히 내 분야라고 해도 모르는 말들이 너무 많다. IT는 진짜 농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그걸 매일 공부하고 따라가는 것도 참 버겁다. 가끔 아는 내용 나오면 집중 잘 되다가, 모르는 용어가 한 번에 우르르 나오면 멍청이가 된다.


그래서 항상 “아 내 집중력의 문제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늘은 그래도 내 집중력 탓 말고 남탓을 해보려고.


세 개 세션 중에 딱 한 세션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것도 신기하게, 처음엔 관심 1도 없던 주제였다. 근데 그 세션은 최신 트렌드를 진짜 딱 감 잡게 해주고, 졸려 죽겠는데 집 와서 더 검색하게 만들더라. LanceDB 대표가 세션 스피커로 나와서 회사 제품 설명을 하는데, 듣다 보니 내가 만들 앱에도 적용할 수 있겠는데 싶어서 바로 공부하고 싶어졌다.


문제는 나머지 두 세션이다. OpenAI 개발자 세션은... 음...


흐음...


어...


모르겠다.


핵심 개념은 알겠는데, 자세한 얘기로 들어가면 다시 멍청이가 된다. 집 와서 다시 공부하려고 해도 “대체 검색은 뭐부터 해야 하지...?” 싶은 그런 기분. 세 번째 세션은 솔직히 무슨 내용이었는지조차 기억도 안 가고 그냥 집에 가게 만들더라.


근데 왜 관심도 없던 첫 번째 세션만 그렇게 잘 들렸을까?


오히려 언젠가는 꼭 일하고 싶은 회사였던 OpenAI의 개발자 세션이 더 기대됐는데 조금 아쉽다.

심지어 LanceDB 대표는 “여러분 저희 제품 다 아시죠? 그럼 지루하지 않게 대충 설명하고 넘어갈게요” 이렇게 말하고 기초는 짚어가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도 설명이 너무 귀에 잘 들어왔다. CEO라서 말을 잘하는 거겠지?


돌이켜보면 영어 실력도 아니고, 발음도 아니고, 자신감도 아니다.


그냥 관객 입장에서 말했느냐의 차이 같다.
개발자 관객에게 필요한 흐름만 딱 잡아서 얘기해주니, 흘려 들어도 기억에 남는거겠지.


반대로 발표가 인상깊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좋은 내용인데도, 디테일을 그대로 다 쏟아내거나, 이야기 흐름을 잡아주지 않아서 날 멍청이로 만든게 아닐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만 하느냐, “청중이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느냐”의 차이랄까.


세 번째 세션은 결국 못 버티고 나왔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똑같은 일만 하던 일상보다 훨씬 자극적인 하루였다.

이런 거 가끔씩 오니까 또 재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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