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빨간선, 주황색 선
두 줄이 나란히 놓여있어요
맞아요, 선물받았어요
내 낡고 오래된 손을 묶어버리기에
딱 좋은 선들이에요
선들을 주물럭거려 봐요
동글동글 빚고 바닥에 굴려봅니다
저절로 굴러간 선들이
갑자기 붉은 혓바닥을 내밀고
바닥을 태우기 시작해요
검은 잿빛으로 변해버린 선물 위에
무언가를 적어보지만
읽을 수 없는 검은 기호만 가득
너와 나 사이의 언어
오늘도 어제의 잿가루를 긁어모아
입안으로 시원하게 털어 넣습니다
하루의 빛을 꾸역꾸역 삼키다 보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것이고
그제야 당신이 준 선물이
지워지지 않는 화상(火傷)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