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잊는 것

by 김가인 오로시

보름달이 차오를 때마다

너는 나를 까맣게 잊고

강가에 나가 소원을 빌지



눈 내리던 날,

향 냄새 자욱한 사당(祠堂) 뒤편

몰래 훔친 대추 한 알을 입에 물던 너



하강하는 눈꽃을 맞으며

담장 아래 선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지



축제의 불꽃이 터지면

나의 어둠 위에 빛을 그려주던 사람

네 뺨은 불에 덴 자국처럼 붉었다



날 잊지 않겠다 맹세하던 너는

목놓아 잊어보려 노래하는 내게

달려와 한 움큼, 탄내 가득 깊이파고 들었지



잊고 잊혀지는 좁은 그 간극속에서

네가 남긴 날카로운 파편들은

내 몸의 흉터로 덧대며

붉은 기억을 관(棺)처럼 짜 맞춘다



나는 너를 영영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핏빛 가득한 이 방에 앉아

제웅 하나를 깎아 너를 새기고 있을게



*제웅 : 짚으로 만든 사람 형상의 인형. 액막이용으로 쓰거나 누군가를 저주, 기원할 때 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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