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항복

by 김가인 오로시

빛의 입자들이 수직으로 쏟아질 때

둥근 점막은 스스로를 닫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팽창한다



조도의 칼날이 수정체를 투과하는 찰나

반사 신경은 이미 기하학적으로 실패했다



각막에 기록된 이 무자비한 스펙트럼을

시신경은 전기 신호로 번역하며

쉴 새 없이 오작동을 일으킨다



빛은 단단한 광물이 되어

유리체 속에서 파편으로 부서진다



투명한 유리가루들이 망막의 안감을 찢어놓을 때



통각을 상실한 눈꺼풀만이

고장 난 진자추처럼

일정한 궤도로 허공을 끊어내고 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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