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배우자와 다른 길을 걷는 순간

by 김가인 오로시

처음 이 사람을 만나 결혼을 결심했을 때,

내 마음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취미도 비슷했고,

추구하는 방향도 닮아 있었고,

무엇보다 대화가 통했다.


평생 함께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랫동안

“우리는 똑같다”라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남편은 경제와 주식에 관심이 많다.


그와 달리 나는

그 대화를 오래 이어가기 힘들 때가 있다.


정치 이야기까지 섞이면

더 집중하기 어렵다.



결국 대화의 균형이 깨져

내가 더 많이 말하게 되기도 하고,

그럴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완전히 같은 길을 걷는다고 믿었던 관계에도

좁힐 수 없는 간극은 있었다.


나이의 차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그건 때때로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배웠다.

차이가 곧 틈이 아니라는 것을.


존중과 받아들임으로 다가가면

그 차이는 오히려 세상을 더 넓게 보는 창이 된다.


내 옆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를 존중하고 받아들일수록

내 시선은 더 넓어지고,

사랑은 더 깊어진다.





나는 운 좋게 이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특별히 다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같은 길 위에서도

서로 다른 속도와 시각을 존중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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