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기록을 소중하게 여겨왔을까.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하루를 꼼꼼히 적어두거나,
그림으로 남겨두는 일이 늘 중요했다.
그저 습관이라고 하기에는,
기록에는 나를 지탱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기록의 출발점을 굳이 꼽자면,
아마도 어린 시절의 병원 생활일 것이다.
죽을 뻔했던 불치병으로
1년 가까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주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경험은
내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때부터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의 기록은 단순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기록의 형태는 조금씩 넓어졌다.
공책에 빽빽하게
적어두는 메모,
온라인에 쌓인 흔적들,
사진으로 담아낸 하루와 감정들.
그리고 지금은
글과 사진, 시와 그림까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만약 내가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나는 없었을 것이다.
기록은 나의 삶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고,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요즘의 기록은
단순한 증거를 넘어 활력이 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하루는
텅 비어 흘러가는 하루와는 다르다.
무언가를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하루가 단단해지고,
만족감은 훨씬 커진다.
그래서 기록은 멈출 수가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가며
나를 표현하고, 나를 확인하는 일은
지금도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