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글로 남긴다는 것의 힘

by 김가인 오로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내게 자연스러웠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붓을 드는 건 거의 본능 같은 습관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은 달랐다.


글은 언제나 머리를 쥐어짜야 했고,
감정과 생각, 사상과 세계관을 언어로 끌어내야 했다.


글은 단순히 떠오르는 순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설명’하고 ‘의미화’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종종 버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글은 특별했다.


이미지는 본능의 결과라면,

글은 이성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도구는 정확하지 않다.


어떤 단어는 감정을 축소하기도 하고,
어떤 단어는 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선택의 과정에서 글은 힘을 가진다.


한 줄의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 한 줄은 나 자신에게조차 경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글은 거짓을 담을 수 있기에 더 진실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기록 욕구가 확장되는 만족을 느꼈다.


혼자만 보는 일기와는 달리,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큰 성취감을 주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믿음이 생겼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산만했던 하루가 조금 더 정돈되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내 글을 읽을 때,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글은 과거의 나를 소환하고,

그 시절의 공기와 감정을 다시 불러온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글을 남기는 순간,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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