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는 중입니다
사진은 늘 내 곁에 있었던 기록의 도구였다.
찰칵 한 장의 이미지로 시간과 공간을 붙잡아두는 힘,
그 익숙한 방식은 언제나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기록의 또 다른 힘을 알게 되었다.
글은 단순히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었다.
과거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일이었다.
시와 에세이를 쓰는 순간,
나는 불안 속에 머무르지 않고
그 불안을 새로운 의미로 바꾸어낼 수 있었다.
기억을 붙잡는 동시에, 미래를 살아갈 동력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대표 기록을 꼽으라면,
아마 지금 이 순간일 것이다.
이 글들을 다 쓴 뒤에 완성될,
내 첫 번째 책이야말로 가장 값진 기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기록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공허와 허무 속에서,
소비적인 시간만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록은 그런 나를 붙잡아주었다.
“너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다.
한 줄을 적고, 한 편을 남길 때마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확신을 얻게 된다.
기록은 나에게 증거다.
내가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