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죽이는 법

자작시

by 김가인 오로시

내 마음속 붉은 용암에는

담배꽁초 하나가 활활 타고 있다



심장은 아직 새빨갛게 뛰고 있는데

용암 속 담배는 먼지 같은 재가 되었다



작은 불씨 하나에는 용암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그 마그마 속에서

아주 검은 흑룡 한 마리가 태어난다



검은 비늘, 젖은 숨,

막 태어난 날개의 떨림



힘차게 힘차게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가다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땅으로 곤두박질쳐 죽는다



고귀한 용 한 마리 죽는 일은

그닥, 대단하지 않다

뉴스에도, 흔한 인터넷 매체에서도

적혀지지 않는 종류의 죽음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나빠서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오늘은 죽기로



용이 떨어진 자리에는

오늘이라는 날짜를 묻고

담배꽁초를 하나 조용히 꽂는다



이전 24화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