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내 마음속 붉은 용암에는
담배꽁초 하나가 활활 타고 있다
심장은 아직 새빨갛게 뛰고 있는데
용암 속 담배는 먼지 같은 재가 되었다
작은 불씨 하나에는 용암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그 마그마 속에서
아주 검은 흑룡 한 마리가 태어난다
검은 비늘, 젖은 숨,
막 태어난 날개의 떨림
힘차게 힘차게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가다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땅으로 곤두박질쳐 죽는다
고귀한 용 한 마리 죽는 일은
그닥, 대단하지 않다
뉴스에도, 흔한 인터넷 매체에서도
적혀지지 않는 종류의 죽음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나빠서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오늘은 죽기로
용이 떨어진 자리에는
오늘이라는 날짜를 묻고
담배꽁초를 하나 조용히 꽂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