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너는 내가 말했지
말끝까지 들어, 라고
식칼을 겨누며 쏜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얼굴과 얼굴을
틈 없이 맞대고 서 있노라면
달큰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눈동자 위로 흑당이 한 겹 놓인다
너는 언제든 쏠 자세로
식칼을 든 채 나를 바라보고
나는 권총 한 자루 쥔 손으로
흑당을 질겅질겅 씹어 삼킨다
한 치도 비지 않는 거리
손목에 걸린 각도까지
항상 정확히 겨눠져 있다
사실, 식칼도 권총도
우리 손에는 없다
너무 가까워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뿐
나는 여전히 흑당을 씹으며
밀착된 얼굴로
너를 노려본다
하늘은 푸르고 높은데
바람이 먼저 칼을 들고 덤벼들고
우리는 부둥켜안은 채
각자의 손에
각자의 무기를 쥐고 있다고 믿으며
오늘도
마주보고 있다
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