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진 후

자작시

by 김가인 오로시

불이 꺼지고 나서야

십자가가 보인다는 걸 알았다



초가 타는 소리에 함께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몸은 우주까지 떠오른다



잠잠해진 평화의 소리가

내 안에서 울린다



노랗게 타오르던 불안이

서서히 푸른 숨으로 바뀌고

나는 낮은 목소리로

하늘에 인사를 올린다



눈을 감으면

십자가만 보인다

그 빛을 따라

걸어본다



굽이굽이, 오르내리며

푸른 바람에 두 뺨이 물들면

나는 다시

불빛이 남은 그 자리로 돌아온다



초는 타오르고

빛은 여전히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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