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불이 꺼지고 나서야
십자가가 보인다는 걸 알았다
초가 타는 소리에 함께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몸은 우주까지 떠오른다
잠잠해진 평화의 소리가
내 안에서 울린다
노랗게 타오르던 불안이
서서히 푸른 숨으로 바뀌고
나는 낮은 목소리로
하늘에 인사를 올린다
눈을 감으면
십자가만 보인다
그 빛을 따라
걸어본다
굽이굽이, 오르내리며
푸른 바람에 두 뺨이 물들면
나는 다시
불빛이 남은 그 자리로 돌아온다
초는 타오르고
빛은 여전히 여기 있다